6·3 대선을 앞두고 '반(反)이재명' 기치를 내세운 '빅 텐트론'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3지대 반명(反明) 빅 텐트'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경선 이탈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경선룰이, 국힘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차출론'이 빌미가 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종 세력 간 '하이브리드 연합'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 연합'을 통해 중도 보수층까지 흡수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새누리당 탈당파 등이 임시 연대해 조기 대선을 이끌어냈다. 현재의 빅 텐트론 구상은 '반이재명'이란 정서적 명분에, 권력구조 개편의 논리가 깔려있는 듯 보인다.
빅 텐트론은 '반이재명'이란 강력한 출발점이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려면 단순한 반대 연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누구를 막자'는 정서는 선거 전략으로는 유효할 수 있어도, 국가 비전과 정책 대안 없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메시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정 운영의 방향과 개혁의 청사진이 부재하면 '권력 나눠먹기'로 비칠 수도 있다. 정서적 결집을 정책적 비전으로 승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헌'이 유력한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강화하기 위한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정치틀을 짜자는 것이다. 이는 정치세력 간 권력 분점의 명분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국가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에게 개헌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개헌 논의가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으로 비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대로 진정성과 개혁의 비전을 담아낸다면, 빅 텐트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빅 텐트론의 성공은 단일 후보의 리더십, 참여 세력 간 신뢰, 국민과의 소통이란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반이재명'은 결속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권력 획득의 정당성과 함께 개혁과 통합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연합 세력들은 대선 이후 곧바로 내부 갈등에 직면했고, 정국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공동의 적이 사라진 이후에도 연대가 유지되도록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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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