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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20` 中수출제한…"단기적 영향 적지만 AI 시장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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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대역폭 메모리(HBM)' 플레이어들의 직·간접적인 타격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수위 높은 압박이 오히려 전 세계 AI 시장의 위축과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전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운데 하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H20에는 기존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 제품이 탑재됐다가, 최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가 공급하는 5세대 'HBM3E 8단'이 탑재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해당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H20의 수출 제한 조치가 SK하이닉스 등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현재 중국 외 국가 수출용 AI 칩에 탑재되는 최신 제품 'HBM3E 12단'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엔비디아에 나가는 H20용 HBM은 삼성전자는 아직 판매하지 않고, SK하이닉스가 물량을 대고 있다"며 "엔비디아 수출 제재로 국내 기업의 HBM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SK하이닉스가 풀캐파(생산능력)로 생산해도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물량을 모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HBM에 대한 수요가 SK하이닉스의 공급량을 넘어서고 있어 이번 중국 제재가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박 학회장의 분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20용 HBM에 대한 추가 판매를 3월 완료해 엔비디아처럼 재고 손실처리 등의 비용 반영은 없을 것"이라며 "H20은 기존 계획 대비 추가된 물량이므로 제재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연간 HBM 계획 변동 및 실적 추정치 변경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는 재고, 구매 약정, 관련 충당금 등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7조8천5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이 올해 1∼3월 H20 칩을 160억 달러(22조8천억원) 이상 주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중국의 AI 칩 역량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AI 시장의 성장세를 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5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단계를 출범시키고 3천440억위안(약 6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금 대부분은 HBM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중국 1위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샘플 HBM 칩을 개발했으며, 2026년 HBM3(4세대), 2027년 HBM3E(5세대)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잇따른 제재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체적인 AI 시장의 냉각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HBM 시장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의도는 명확하지만, 중국이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지는 측면이 있어서 첨단 HBM 개발이 실현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burni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