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불암에게 바톤은 넘겨받은 최수종이 급식을 먼저 찾는다.
17일 방송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국의 급식문화를 다룬다.
옥천군 청성면의 유일한 학교인 청성초등학교에는 23명의 전교생이 있다. 대부분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 온 학생들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한 분교화를 막기 위해 손을 뻗은 이들은 바로 마을 주민들이다. 마을의 빈집을 수리해 집을 제공하고, 이주 가족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청성초등학교의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 농촌의 다양한 체험을 교육하고 추억을 함께 만들며 유대감을 쌓는다. 마을을 뛰노는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보기만 해도 예쁘다는 주민들. 그런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 먹이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은 '특별 급식'을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집밥 같은 급식을 먹이겠다는 마음 하나로 마을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한데 모였다. 먼저 아궁이에 불을 붙여 두부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콩을 갈아 가마솥에 콩물을 만드는 과정부터 일일이 손길을 거친다. 이들은 갓 나온 뜨끈한 순두부로 허기를 달래며 농촌 급식 준비에 전념한다. 두부의 콩비지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이맘때 밭에 지천인 향긋한 냉이를 튀긴다. 거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인 수육까지 삶아내면 푸근한 손맛으로 차려낸 급식 메뉴가 완성된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줄을 지어 오늘의 급식소로 온다. 배식하는 아이들의 식판에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채워진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특별한 날을 보내는 마을의 정겨운 하루를 만난다.
또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장의 학교 급식 사진도 등장한다. 바로 식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랍스터 때문이다. 이런 획기적인 급식을 구성한 주역은 바로 김민지(35세) 영양사다. 그녀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학교 영양사로 일하다 5년 전, 서울에 있는 대기업 사내 식당의 총괄 영양사가 되었다.
김민지 씨는 최상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직접 시장을 돌며 값싸고 질 좋은 재료를 찾는다. 그렇게 랍스터 급식도 만들 수 있었다는데. 학교와는 조리하는 양부터 다른 대기업에서는 무려 2000명의 식사를 책임진다. 식당 내 코너별로 양식, 한식 요리사들이 메뉴를 담당하고 조리 인원도 30명 가까이 되지만 수작업이 필요한 날이면 김민지 씨도 손길을 보탠다.
오늘 제공하는 양식 메뉴는 '파피요트'라는 프랑스 요리인데, 조리사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연잎으로 쪄내는 특별식이 되었다. 연잎 한 장에 일일이 해산물을 넣고 감싸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해야 겨우 하나의 메뉴가 완성된다. 한식부에서는 100줄 가까이 달걀말이를 부치고, 삼겹살과 채소, 김치 버터를 올린 솥밥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김민지 씨를 비롯한 급식 조리사들은 맛있는 급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마음이 씻은 듯 사라진단다. 정성 가득한 대량급식으로 직장인의 노고를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도심의 다채로운 급식을 만난다.
이어 마산동부경찰서 구내식당의 시간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간다. 이곳의 급식을 책임지는 건 한 명의 영양사와 두 명의 조리사. 일명 급식실 삼총사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밤낮없이 바쁜 경찰관들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 총 세끼를 제공하고, 공휴일에도 구내식당에는 거의 365일 불이 켜져 있다.
영양사 조정자(54세) 씨는 직원들의 건강과 계절의 맛을 모두 챙기기 위해, 언제나 제철 식재료를 급식 메뉴에 꼭 포함한다. 오늘 식판엔 봄철 별미인 꼬막 비빔밥과 쌈추전이 오른다. 통통하고 쫄깃한 꼬막과 채소를 버무려 비빔밥으로 완성하고, 넓은 판에 쌈추전을 부쳐낸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양한 메뉴를 조리하는 세 사람의 손길은 바쁘게 오가지만, 고생하는 경찰관들 배 불리게 먹이겠다는 마음 하나로 전념한다.
오늘은 특별한 메뉴가 하나 더해졌다. 조정자 씨가 기능장 시험공부를 하며 알게 된 전통 음식, 바로 '오이감정'이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 먹던 고추장찌개의 일종으로, 고추장과 된장을 함께 풀어 깊은 맛을 낸 국물에 소고기와 어슷하게 썬 오이를 넣고 끓여낸다. 쉽게 보기 어려운 이 메뉴는 전통 음식을 공부하는 영양사가 있었기에 만난 색다른 맛이다. 거기에 경찰관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돼지갈비찜까지 한 솥 준비하면 마산동부경찰서만의 온기 가득한 한 끼가 완성된다.
누군가를 잘 먹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차려낸 급식 한 끼로 행복과 감동을 주는 시간을 만난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