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머리 아파죽겠어요."
잘나가는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이 '6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전은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9경기에서 5승2무2패, 승점 17을 수확하며 한 경기를 덜 치른 김천 상무(승점 14)에 앞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강등 싸움을 펼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환골탈태다. '득점 선두' 주민규(6골)를 앞세운 화끈한 공격축구로 초반 순위싸움을 주도하고 있다. 대전은 15골로 K리그1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전 포지션에 걸쳐 수준급의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대전은 고비만 잘 넘긴다면, 우승까지 갈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고비는 바로 6월이 될 공산이 크다. 대전은 6월 무려 4명의 선수가 김천으로 향한다. 김현우 박진성 임덕근 김인균이 최근 상무가 발표한 6월 입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6월2일 입대한다. 대전 관계자는 "당초 2명까지는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4명이나 갈지는 몰랐다. 한 팀에서 이렇게 많은 선수를, 그것도 시즌 중에 데려간 선례가 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황 감독도 '멘붕'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이 지원을 한 결과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올 시즌 전부터 전력 유출을 경계했던 황 감독이다. "대전이 선수를 풀지 않는다"는 타 팀의 볼멘 소리에도 선수를 지켰다. 지난 여름 폭풍영입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황 감독은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변수를 최소화할 두터운 선수층이 필수라고 봤다. 하지만 4명이나 입대를 하는 변수로 계획이 꼬였다.
이미 4월 군입대한 멀티 수비수 이정택에, 22세 카드이자 공격의 핵심인 윤도영도 6월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턴으로 떠난다. 한꺼번에 6명의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셈이다. 아무리 스쿼드가 두터운 대전이라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김현우가 빠지는 중앙 수비야 김민덕이 제대하지만, 박규현의 백업으로 쏠쏠한 역할을 하던 왼쪽 풀백 박진성과 부상으로 쓰러진 이순민의 자리를 잘 메워주던 수비형 미드필더 임덕근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약한 대전이다.
황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공을 들여 팀을 만들었다. 이제 팀이 좀 돌아가나 했는데, 위기감이 느껴진다.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당장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주력하던 대전은 다른 포지션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여름이적시장에 뛰어든다해도 입대생들을 대신할 수준의 선수를 찾기한 하늘의 별따기다. 황 감독은 "돈도 돈이지만, 경쟁하는 팀에 다른 팀들이 쉽게 선수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K리그에서도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감독은 일단 4~5월에 최대한 승점을 확보한 뒤, 여름이적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대전, 올 시즌 찾아온 이 첫번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