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아무리 성격 좋은 투수라도 선발 등판하는 날엔 극도로 예민한 T(MBTI)가 된다.
동료 선수들도 웬만하면 말을 걸지 않는다. 싸늘한 냉기가 흐를 정도의 포커페이스는 감정의 동요를 최대한 억제해야하는 선발 투수의 기본 덕목이다.
그런데,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는 그 단계를 훌쩍 초월한 듯하다. 구위는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졌는데, 얼굴은 반대로 더 부드러워졌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부드러운 미소에 한 소년이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제임스 네일이 시구자로 나온 소년을 반겼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박해성 군은 다문화가족 주말야구 체험캠프에서 열린 홍백전에서 MVP에 뽑힌 야구 꿈나무. 마운드로 씩씩하게 걸어온 소년의 인사에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답례한 네일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소년과 주먹을 맞댔다.
네일의 응원을 받은 소년의 시구가 힘있게 포수 글러브에 꽂혔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네일이 '와~'하는 입모양과 함께 박수로 축하했다.
차가워 보일 수밖에 없는 선발 투수가 시구자에게 마음을 내 주며 웃는 경우는 처음 봤다. 덕분에 이 어린이 팬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
마운드에서의 즉석 팬서비스에도 네일은 냉정함을 전혀 잃지 않았다.
KT 위즈 선발투수 고영표와 0-0의 팽팽한 투수전이 6회까지 이어졌다. 6이닝 5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역투. 7회말 최원준의 결승 솔로포와 필승조의 뒷문 단속으로 KIA가 1대0으로 승리했다.
네일이 올 시즌 등판한 5경기 31이닝 동안 허용한 점수는 단 1점. 평균자책점 0.29의 완벽 그 자체다.
네일의 쿨~한 실력과 따듯한 팬서비스가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