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우리 팬들에게 계속 회자될 경기다."(이영민 부천 감독), "역사 신경 안쓴다."(김학범 제주 감독)
양 팀 감독의 말이다. 부천과 제주는 16일 오후 7시30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를 치른다. 두 팀의 경기는 이번 3라운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매치업이다.
2006년 SK 축구단은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를 옮겼다. 당연히 부천 팬들은 분노했고, 2007년 부천 연고의 시민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두 팀은 2020년 제주가 강등되며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제주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3승을 거두며, 승격에 성공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은 무대를 코리아컵으로 바꿔, 격돌한다.
이날 경기가 주목을 받는 것은 관중 앞에서 펼치는 첫 대결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더욱이 제주는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제주SK로 이름을 바꿨다. 제주가 연고를 떠나기 전 이름이 부천SK였다. 여러모로 이번 경기는 부천 팬들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조용한 분위기 속 칼을 가는 모습이다.
전력은 제주가 한수위지만, 분위기는 부천이 낫다. 제주는 최근 5경기에서 단 1승(1무3패)에 머물러 있다. 반면 부천은 3승1무1패를 달리고 있다. 강력한 공격축구로 무장한 부천은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는 제주를 상대로 이변을 꿈꾸고 있다. 제주는 자칫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고심이 크다.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팬들이 그만큼 기다린 경기다. 우리에게 리그가 중요하지만, 팬들의 염원이 있기에 신경써서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이날이 지나가는 한경기 일 수 있지만, 오늘 경기는 아마 부천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분명 팬들에게 회자될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감독한테 좋은 경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기대는 됐다. 지난 2라운드에서도 제주와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넣었다. 제주가 좋은 팀이지만,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 경기와 비교해 김동현과 김현엽을 새롭게 넣었다. 나머지는 지난 경기에 들어간 선수들"이라며 "공격적인 운영으로 제주를 상대할 계획이다. 후반 상황이 되면 외국인 선수들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두 팀의 역사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신경쓰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잘못 이야기하면 이상해진다. 안하는게 좋다"며 "특별하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속도 빼놓고 기량은 별 차이가 없다. 부천이 팀이 단단하더라. 쉽게 무너지는 팀도 아니고, 경기력이나 흐름도 좋다"며 "희한하게 코리아컵이 연장전이나 승부차기에 많이 가더라.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