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흔들리던 오원석을 살려준 건 KIA.
양쪽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한 1회. 이 때 승기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면, 무슨 얘기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흐름이 지배하는 야구 종목의 특성상, KIA의 1회말 공격은 너무 뼈아팠다.
KIA 타이거즈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0대3으로 패배했다. 하루 전 선발 네일의 호투와 최원준의 결승포에 힘입어 1대0 신승을 거둔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KT 선발 오원석에 밀려 1점도 뽑지 못한 타선의 부진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실제 KIA 타선은 7회초 선두 최형우가 안타를 칠 때까지 오원석을 상대로 노히트 게임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원석을 살려준 건 KIA 자신들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1회말. 오원석은 선두 박찬호를 상대로 초구를 자신있게 한가운데에 꽂았다.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코스. 그런데 ABS는 볼이라 했다. 일단 오원석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수 장성우도 어이가 없었는지, 오원석에게 공을 건네지 못하고 주춤했다. 심지어 타자 박찬호까지 더그아웃에 '높아서 볼인 거냐'고 확인을 할 정도로 납득이 가지 않을 판정이 나왔다.
2B 상황서 3구째 스트라이크를 낮게 던진 오원석. 결국 이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는데, ABS는 높은 쪽에 찍혔다.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안그래도 제구가 좋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그동안 승부처 멘탈 얘기도 있었다. 그러니 이 판정 하나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오원석은 경기 후 "초구가 볼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 '구심께서 스트라이크 콜을 못 들으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멘탈이 살짝 흔들렸는데, 그래도 위기를 잘 넘겨 다행이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오원석은 2번 오선우를 상대로도 풀카운트까지 갔다. 오선우를 상대하며 4번이나 주자를 견제했다. 그만큼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구가 흔들린 오원석이 풀카운트 상황서 많이 높은 공을 던졌다. 볼넷이었다면 무사 1, 2루로 KT와 오원석이 대위기에 빠질 뻔 했다.
여기서 KIA는 2가지 뼈아픈 장면이 나온다. 먼저 오선우가 이 공을 참지 못했다. 눈에 들어오는 높이일 수는 있었는데, 오원석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볼에 대한 가능성에 대비해 참았어야 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오선우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KIA 벤치는 풀카운트였기에, 히트앤드런 사인을 낸 것으로 보인다. 1루주자 박찬호가 뛰었다. 하지만 오선우가 컨택트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박찬호가 2루로 뛰다 황급히 1루로 돌아갔다. 장성우의 2루 송구가 불안정해 끝까지 뛰었다면 살았을 수 있을 상황. 컨택트가 되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스타트가 느리다고 판단했다면 1루로 돌아갈 수 있었겠지만 판단 미스였다. 이미 돌아가기에 늦은 상황이었다. 1루에서 횡사. 그렇게 흔들리던 오원석을 살려준 격이 됐다. 일찌감치 나온 승부처였다. 그렇게 오원석의 6회까지 노히트, 시즌 2승이 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