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의 콜업을 기다리고 있는 김혜성은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키우라는 주문을 받고 트리플A에서 뛰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달 김혜성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내면서 현지 매체들을 통해 "빅리그 투수들의 공은 스피드에서 차원이 다르다. 빠른 변화구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성은 조금씩 미국 야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언제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빠른 공을 잘 공략하느냐가 먼저 빅리그 무대를 밟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와 차이가 나는 대목일 수 있다. 컨택트 능력의 차이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3연전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전날 1차전에서 삼진 3개를 포함해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정후는 14일 뉴욕 양키스전서 연타석 홈런포를 터뜨린 이후 이틀 만에 멀티 히트를 달성하며 슬럼프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로써 이정후는 타율 0.333(63타수 21안타)으로 끌어올리면서 3홈런, 12타점, 17득점, 출루율 0.400, 장타율 0.651, OPS 1.051을 마크했다. 2루타 1개를 보태 9개로 이 부문서 다시 메이저리그 전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NL에서는 타율과 안타 공동 7위, 득점 공동 4위, 장타율 4위, OPS 4위로 주요 공격 부문서 '톱10'에 다시 진입했다.
이날도 이정후는 뛰어난 컨택트 히팅을 보여줬다. 특히 8회초 무사 1,3루에서 두 번째 안타를 터뜨릴 때 상대 투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좌완 불펜 호세 알바라도였다. 그는 100마일을 웃도는 싱커와 90일대 중반의 커터가 주무기로 메이저리그 통산 109홀드, 48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올린 필라델피아 불펜의 핵심.
이정후는 그를 상대로 우전적시타를 뽑아냈다. 풀카운트 끝에 8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든 100마일(160.9㎞)짜리 싱커를 잡아당겨 1-2루간을 뚫고 우익수 앞으로 흐르는 안타를 날린 것이다. 이 타석에서 알바라도는 100마일대 싱커를 4개나 뿌렸다. 그 중 마지막 싱커가 안타로 연결된 것이다. 타구속도가 63.6마일(102.4㎞)로 올해 이정후가 친 인플레이 타구 중 가장 느렸지만, 컨택트 히팅이 찬사를 받았다.
현지 중계진은 "다시 차이가 나는 타격을 했다. 이번에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보라. 땅볼을 유도하려고 싱커를 던졌는데, 높은 코스로 들어가 이정후가 흔들림 없이 본 뒤 리듬을 빼앗아 날려버렸다. 이정후의 또 다른 엄청난 타석(terrific at-bat)"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후가 올시즌 100마일 이상의 공을 때려 만든 첫 안타다. 이정후는 올시즌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7개 상대했다. 인플레이 타구로 연결된 것은 2개. 지난 8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헌터 그린의 100.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쳐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바 있다. 100마일대 강속구 타율이 0.500(2타수 1안타)인 것이다.
100마일 이상의 타석이 많지 않아 97마일(156.1㎞) 이상을 기준으로 타율을 살펴봤다. 이정후는 9타수 3안타(0.333), 1볼넷, 2삼진을 기록했다. 97마일 이상의 공을 상대해 5타석 이상 결과를 낸 타자 85명 중 타율은 24위다. 이를 10타석 이상으로 좁히면 11명 중 4위에 해당한다. 애슬레틱스 타일러 소더스트롬(5타수 4안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8타수 5안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르셀 오수나(8타수 4안타), 그리고 이정후 순이다.
올시즌 이정후의 구종별 타율을 보면 패스트볼 계열에 대해 0.258(31타수 8안타), 브레이킹볼은 0.429(14타수 6안타), 오프스피드는 0.357(14타수 5안타)이다. 패스트볼에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것인데, 97마일 이상의 공에 대해서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이정후의 컨택트 능력은 구종과 스피드를 가리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