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코디 폰세가 기록에 대한 엄청난 '야욕'을 드러냈다.
이례적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뻔한 소리'만 한다. 종목을 막론하고 마치 프로그램화 된 듯한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한다.
'팀이 이겨서 기쁘다, 팀 승리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 동료들 덕분에 승리했다, 개인 기록은 관심 없다, 상대는 신경쓰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는 등 모범 답안만 나온다.
하지만 폰세는 달랐다.
폰세는 드러내놓고 '욕심'을 부렸다. 그는 팀 동료 류현진이 보유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17개를 깨고 싶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폰세는 "류현진의 17K를 넘고 싶다. 목표는 딱 그것 하나다. 17K가 신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류현진에게 그 이야기만 한다"며 웃었다.
15일 인천 SSG전 7이닝 12탈삼진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뒤에 한 말이다.
류현진은 뭐라고 했을까. 취재진이 묻자 "웃으면서 행운을 빈다(good luck)고만 했다"고 답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였다면 대부분 말을 아꼈을 것이 틀림없다. '최선을 다해 던지다 보면 따라올 수도 있다'라든지 '개인적인 탈삼진 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이라든지 '류현진의 대기록은 감히 욕심나지 않는다' 이외의 답변은 자제했을 공산이 크다.
폰세는 이날 12번째 삼진을 빼앗는 순간 조차 류현진을 떠올렸다고 고백해 웃음을 유발했다. 폰세는 "마지막에도 힘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든 류현진의 17K를 넘어서고자 그렇게 강하게 던졌다"고 돌아봤다.
스포츠를 표현하는 매우 식상한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각자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멋진 이야기가 탄생한다.
'페어플레이'의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도발과 자극, 설욕이나 악연 같은 스토리는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조용히 야구만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폰세와 같은 파이터적인 스타 기질이 넘치는 캐릭터도 필요하다. 근래에 KBO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이다.
폰세의 전투적인 성향도 팬들을 열광케 한다. 폰세는 승부처에 위기를 막거나 이닝을 정리했을 때 세리머니가 큰 편이다. 볼거리인 동시에 아군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적의 투지를 누르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
폰세는 자신이 입김을 부는 동작을 문제 삼은 이숭용 SSG 감독에 대해서도 "스마트한 판단이었다. 나를 흔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나의 승부욕을 깨웠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폰세의 넘치는 열정을 응수해 줄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KBO리그에는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다. 열정의 티키타카, 기대된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