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2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내가 오늘 던진 가장 나쁜 공 2개였다. 타자처럼 잘 치지는 못하지만 나도 그런 공이 들어왔다면 안타를 때렸을 것이다. 완전히 실투였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우완투수 트레버 바우어(34)는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이 끝나고 혹독한 자기반성을 했다. 상대 타자를 치켜세우면서 자신을 탓했다. 18일 만에 등판해 난타를 당했으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2주 넘게 재정비를 하고 나와 5회까지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지난해 재팬시리즈 우승팀 요코하마는 0대5 영봉패를 당하고 센트럴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타선도 집중력이 아쉬웠다. 전날(15일) 경기에선 0대1으로 졌다. 최근 8경기에서 1승(1무6패)에 그쳤다.
요미우리 4번 타자 오카모토 가즈마(29)가 바우어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16일 요코하마전 3회, 5회 바우어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일주일 전인 4월 9일 요코하마전에서 3호 홈런을 치고 5경기 만에 2개를 터트렸다. 요미우리가 올린 5점 중 4점이 오카모토 배트에서 나왔다.
오카모토는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바우어가 던진 초구 시속 151km 한가운데 직구를 바라봤다. 1S. 이어 똑같은 코스로 시속 129km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오카모토가 이 공을 놓칠 리 없다. 도쿄돔 백스크린 왼쪽으로 날아가는 홈런으로 만들었다.
3-0으로 앞선 5회말 2사 2루. 바우어가 초구 154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걸쳤다. 1S에서 던진 시속 155km 빠른공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날 바우어가 던진 가장 빠른공이었다. 오카모토 방망이가 곧바로 반응했다. 좌월 2점 홈런.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은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카모토는 요코하마를 만나면 힘이 난다. 16일까지 4경기에서 16타수 9안타, 타율 5할6푼3리. 홈런 3개-7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1.901을 기록했다. '요코하마 킬러'라고 부를만한 성적이다.
경기 하루 전인 15일, 바우어는 2년 전 요미우리전을 떠올렸다. 그해 5월 9일 니가타에서 열린 요미우리전에 선발등판해 쓴맛을 봤다. 6회까지 홈런 3개를 포함해 11안타를 맞고 7실점했다. 일본프로야구 두 번째 경기에서 최악을 경험했다. 이 경기에서 오카모토가 바우어를 상대로 2회 동점 솔로홈런을 때렸다.
바우어는 2년 전 요미우리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카모토를 경계해야 할 타자로 꼽았는데 완패를 당했다. 제구에 문제를 드러냈다.
2년 만에 요코하마 복귀. 메이저리그 복귀에 실패하자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연봉 10억엔에 계약했다.
좌완 에이스 아즈마 가쓰키(30)에 이어 2선발로 출발했다. 3월 29일 주니치 드래곤즈전에 첫 등판해 6이닝 1실점했다. 요코하마가 0대1 영봉패를 당해 패전투수가 됐다. 타선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가 2경기, 11이닝을 던지는 동안 요코하마는 1점도 뽑지 못했다.
첫 경기 후 이틀 만에 갑자기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컨디션 난조로 지난 1일 재활군에 합류했다. 부상이 아니라 재정비를 하고 복귀했는데 기대했던 모습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바우어는 재계약을 하면서 사와무라상을 목표로 던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출발이 안 좋았다. 2패-평균자책점 4.91.
한편, 요미우리 선발 야마사키 이오리는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눈부신 역투를 이어간다. 3경기, 2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3경기에서 3승을 올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