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네일은 어떻게 '선동열급' 선발 투수로 진화했나.
KIA 타이거즈는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절대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16일 기준 8승11패 8위로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슈퍼스타'가 된 김도영을 시작으로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선수만 보면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외국인 에이스 네일. 네일이 나오는 경기는 무조건 이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다른 팀 감독, 코치들도 적으로 싸우는 상대지만 네일 만큼은 인정한다.
투수 전문가 KT 이강철 감독은 "올해 외국인 투수들이 다 좋다는데, 나는 네일이 가장 안정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투수 파트에는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화 양상문 투수코치도 "다른 팀 선수지만, 네일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록이 말해준다.
개막 후 5경기 2승 뿐이다. 하지만 이는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일 뿐. 내용은 압도적이다. 5경기 31이닝을 던지며 단 1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은 9일 롯데 자이언츠전 1실점. 평균자책점이 무려 0.29다. 전설의 '선동열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타이거즈 레전드 선동열 전 감독 외에는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5경기 중 4경기 퀄리티스타트다. 2번은 7이닝, 2번은 6이닝을 소화했다. 나머지 한 경기는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 투구수 관리를 위해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온 것일 뿐이었다. 못해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피홈런은 단 1개도 없다. 한 경기 4사구 2개를 넘긴 적도 없다. 피안타율 1할7푼3리, 이닝당 출루허용률 0.81이다. 5전승을 거뒀어도 이상하지 않을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 페디(세인트루이스)에 이어 지난해 KBO리그에 스위퍼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 우타자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각이 엄청나다. 알고도 못 치는 '마구'다. 그 스위퍼가 올해 더 위력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평범한 직구는 없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투심패스트볼이 150km가 찍혀버리니 타자 입장에서 대처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기에 또 하나의 비밀 무기가 생겼다. 바로 체인지업. 겨우내 미국에서 완성도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커브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투심, 스위퍼 만으로도 치기 힘든데 체인지업까지 좋아지니 타자들은 죽을 맛이다.
KIA 이범호 감독은 올해 '무적' 모드의 네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중간 투수로 활약하다 작년 KBO리그에 합류했다. 갑자기 선발로 많은 이닝을 던지려 하니, 이닝 소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는 확실히 70~80개 투구수에서 힘이 떨어졌다. 본인도 그런 얘기를 자주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준비를 빨리 하더라. 선발로서 말이다. 지금은 90~100개까지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체인지업을 배워서 왔더라. 스위퍼, 투심만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스위퍼보다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많이 시험했다. 그래서 그 때는 '네일이 안 좋아졌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냐'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건 정규시즌에서 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공 개수는 줄이고 이닝은 많이 소화해주고 있다. 하지만 투구수와 상관 없이 이닝이 많아지면 투수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네일이 시즌 동안 부상이나 체력 저하 없이 공을 던질 수 있게, 잘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