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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증후군'에 신음하는 2030세대 혈관…'젊은 고지혈증' 예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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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A씨(29)는 냉장고 문을 계속 여닫았다. 음료수 한 캔을 땄지만 허기를 달래기에는 어림없다. 결국 배달앱을 켜고 치킨과 떡볶이 세트를 주문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섭취 열량을 줄이고 저녁 6시 전에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하지만, 정작 밤이 되면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A씨의 야식 배달 주문은 일주일에 세번이 넘는다. 이른바 '야식증후군'이다.

'야식증후군'은 하루 식사량의 절반 이상을 오후 7시 이후에 먹는 식습관을 일컫는다. 대부분 아침·점심 식사는 대충 떼우고 저녁에 몰아 먹는 경우가 많다.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잠들기 어렵고,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밤에 자다가 깨서 먹기도 한다. 야식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감소시키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도 저하시키기 때문에 이같은 악순환이 생긴다. 야식증후군이 있는 경우 비만은 물론 역류성 식도염, 위장장애 등을 동반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수면 장애로 인한 세로토닌 감소로 우울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고지혈증 또한 야식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야식 메뉴 대부분이 피자·치킨·족발 등 기름진 음식이기 때문에 체중 증가와 함께 혈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

고지혈증은 혈액 내 지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금식 후 채혈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 200㎎/dL 이상, 중성지방 150㎎/dL 이상, LDL콜레스테롤 130㎎/dL 이상인 경우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 혈관의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젊은층도 많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약 188만명이던 고지혈증 환자는 2021년 약 259만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는데, 특히 10·20대 젊은 층의 증가폭이 가팔랐다. 남성은 92.9% 여성은 105.7%나 증가한 것.

특히 고지혈증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야식증후군은 주로 20대와 3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배달앱 이용이 가장 많은 연령대와도 겹친다. 야식증후군은 사회생활에서 쌓인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 자신감 상실 등의 심리적 문제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30세대의 경우 스트레스와 불안은 물론이고 불규칙한 생활 패턴 등으로 야식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배달앱 이용 행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연령대별 이용경험률(3개월 내)은 30대(87%)와 20대(84%)가 현저하게 높았고 이용률과 빈도 또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하나금융연구소 발표에서도, 30대 또는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배달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공개된 최다 배달앱 이용시간 역시 저녁시간대(오후 5시~9시) 비중이 69%로 가장 높았고, 오후 10시~새벽 3시 비중이 20%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처럼 늦은 시간 배달 등을 통해 야식을 먹는 젊은층이 많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고지혈증 증가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동맥경화·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39세 고지혈증 환자는 정상군보다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도가 1.7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상황이다. 식습관 및 수면습관 개선과 규칙적 운동으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야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한다. 저녁 식사 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메뉴는 메밀, 대두, 치즈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식욕 억제와 수면 개선을 꾀하는 것이 좋다. 통곡물, 덜 익은 바나나 등 저항성 전분 섭취를 통해 포만감을 오래 가져가는 것도 권장된다. 금주 역시 필요하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합성이 촉진돼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중성지방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문가들은 빠르게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4회 30분 이상씩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주 4회 이상 운동을 하면 식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