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루타 스페셜리스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또 2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정후는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루타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알찬 활약을 펼치며 팀의 11대4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올 시즌 7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달성하며 타율을 0.338(68타수 23안타)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타율(0.338-ML 8위, NL 5위), 장타율(0.647-ML 6위, NL 3위) OPS(1.042-ML 8위, NL 4위) 등에서 전부 리그 톱 10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수치 모두 샌프란시스코 팀내 1위다. 이정후가 확실히 팀의 해결사로 자리매김 했다는 의미다.
특히 이날 5회초 시즌 10호 2루타를 날리며 MLB 최다 2루타 부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위 카일 파머(콜로라도)보다 1개 더 많다. 17경기에서 10개의 2루타를 쳤다.
이 페이스를 계속 이어간다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2루타에도 도전해볼 만 하다. 현재 이정후의 경기당 2루타 생산율은 약 0.59개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 162경기에 다 나간다고 하면 무려 95개의 2루타를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수치일 뿐이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종료 때까지 이어가기란 불가능하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체력과 돌발적인 부상 변수, 언젠가는 한 두번 찾아올 타격 슬럼프 등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MLB 역사상 한 시즌 최다 2루타는 67개였다. 무려 94년 전인 1931년에 나왔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인 얼 웹이 달성했다. 이후 거의 100년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심지어 60개의 벽을 넘기도 쉽지 않다. 60개 이상의 2루타가 나온 건 1930년대가 마지막이다. 1936년 찰리 게링거(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60개를 친 게 마지막이다.
현대 야구로 들어와서는 아예 없었다. 지난 2023년 LA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이 59개를 친 게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프리먼은 2경기를 남기고 1개를 추가하지 못해 '마의 60'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정후가 '한 시즌 2루타 60개'의 대기록을 깨트릴 수 있을 지는 현재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페이스가 가장 뛰어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50개를 더 치면 된다. 이정후가 체력 저하 변수 등을 감안해 130경기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하면 대략 2.5경기 마다 1개 정도씩 치면 된다. 이러면 MLB 역사에 'JungHoo LEE'가 영원히 기록된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부터 안타와 타점, 득점을 모두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선발 애런 놀라를 상대로 1사 2루 때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볼카운트 1B1S에서 시속 82.9마일 체인지업을 가볍게 당겨쳐 우중간 외야에 떨어트렸다. 그 사이 2루 주자 윌리 아다메스가 홈을 밟았다. 이정후의 선제 1타점 적시타.
1루에 나간 이정후는 후속 맷 채프먼의 중전안타, 엘리엇 라모스의 볼넷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1사 만루에 나온 윌머 플로레스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홈에 들어왔다. 이후 패트릭 베일리의 2타점 좌전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샌프란시스코가 4-0으로 달아났다.
첫 타석에서 해결사 능력을 펼쳐낸 이정후는 4-2로 추격당한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 공으로 아웃되며 한 템포 쉬어갔다.
호흡을 한번 고르더니 다시 전매특허 2루타를 날렸다. 4-4로 맞선 5회초 1사후 세 번째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상대 선발 롤라가 볼카운트 1S에서 던진 2구째 84.4마일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만들어낸 뒤 2루에 안착했다. 타구속도는 93.9마일이었다. 이로써 이정후는 올해 MLB 최초로 두 자릿수 2루타를 달성했다.
이정후는 영리하면서도 냉정했다. 6-4로 맞선 6회초 네 번째 타석이 증거다. 1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나왔다. 큰 타구로 대량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상황. 보통의 타자들은 욕심에 스윙이 무뎌진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 박빙의 리드라 1점이 소중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팀을 위한 스윙을 했다. 상대 투수 호세 루이스의 초구 89마일짜리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쳐 좌익수 방면으로 뜬 공을 날렸다.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타일러 피츠제럴드는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1점을 더 보탰다.
이정후는 11-4로 앞선 7회초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 공, 9회에는 2루수 땅볼로 각각 물러났다. 그래도 이날 멀티히트(2개)+2루타+멀티타점(2개)으로 팀 승리의 주역을 톡톡히 해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