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런? 2루타가 이정후의 진정한 가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억1300만달러(약 1600억원)을 투자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줬다고,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홈런을 뻥뻥 치기를 기대했을까? 아니다. 지금의 모습을 원했던 것이다.
이정후는 17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주말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엄청난 홈런쇼를 보여주며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라선 이정후는 필라델피아로 이동, 팀의 11대4 승리를 이끌며 경기 MVP가 됐다.
이정후는 전날도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이날은 2루타를 포함시킨 멀티히트로 엄청난 타격감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3할3푼8리.
중요한 건 이날 2루타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시즌 2루타 개수를 10개로 늘렸다. 2루타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이정후는 양키스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며 장타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냉정히 그 홈런들은 이정후가 잘 친게 맞지만,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양키스타디움의 덕을 본 것도 있었다. 이정후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였다면 2루타 내지 3루타가 될 타구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정후가 이런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는 게 더 의미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는 바닷가에 바로 인접해 아름다운 구장으로 유명하지만 특이한 외야 구조로도 주목을 받는다. 좌-우중간이 매우 넓다.
이정후는 컨택트 능력이 있는데, 낮은 발사각으로 쭉 뻗어나가는 타구를 만든다. 홈런보다 중장거리 타자라고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발이 빠르다. 다른 타자들이라면 2루타에 그칠 타구를 이정후는 3루타로 만든다. 이정후는 지난해 오라클파크를 처음 보고는 "나와 딱 맞는 구장이다. 좌-우중간이 넓어 2루타나 3루타로 연결되는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그래서 이정후의 2루타 행진을 눈여겨봐야 한다. 빅리그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은 67개다. 1931년 얼 웹의 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 최다 기록은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의 59개다. 이정후는 18경기 만에 10개를 채웠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62경기다. 단순 수치로 따지면 현재 90 2루타 페이스다. 부상 없이, 지금의 감을 이어간다면 기록 경신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