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팀 '행복모아 챌린저스' 리그 개막 앞두고 막바지 비지땀
"동물적 감각으로 슛 성공시킬 때 희열…운동으로 자신감 되찾아"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파이팅! 파이팅!"
지난 17일 오후 청주 SK호크스 실내 경기장은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핸드볼팀인 '행복모아 챌린저스'의 선수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선수 12명은 두 명씩 짝을 이뤄 코트를 누비면서 패스와 슈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매주 3차례 2시간씩 이어지는 고강도 훈련에 선수들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누구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연신 "공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감독의 구령에 귀를 쫑긋 세우고 연습 파트너와 공을 주고받으며 우렁찬 기합을 냈다.
힘차게 던진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 공중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성취감을 만끽했고, 공이 빗나가면 다 함께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챌린저스는 SK하이닉스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설립한 방진복 세탁 회사 '행복모아'의 사내 동아리로 출발했다.
이후 발달장애 직원들이 스포츠를 통해 세상과 교류하길 바라는 회사 측 지원에 힘입어 2021년 10월 정식 선수단으로 변신한 후 매년 개최되는 장애인 핸드볼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팀은 성적이 중시되지만, 챌린저스는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삶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의 정유라 감독은 "승패 자체보다는 선수들이 핸드볼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며 "장애인들도 경기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선수들이 목표 의식을 갖고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핸드볼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거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교훈도 얻고 있다.
주장인 김모(28) 선수는 "경기할 때는 절대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며 "실력을 과신하고 겸손을 잊으면 항상 경기에서 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선수들은 서로 운동 레벨이 다 다르지만, 핸드볼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이라며 "때로는 눈높이를 낮추고 다른 동료들의 수준에 맞춰 함께 뛰어야 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냐는 질문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먼저 움직여서 정확한 각도로 패스나 슛이 성공할 때"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장애인 중에서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스포츠는 제 삶의 원동력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밖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정우(28) 선수는 "초중고 때 괴롭힘을 당했고, 이후엔 뭘 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미아 같은 시절이 있었다"며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면서 묵었던 스트레스가 날아갔고 다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나중엔 능력이 된다면 핸드볼 전문 트레이너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챌린저스는 다른 10팀과 함께 오는 6월 발달장애인 핸드볼 리그 개막전에 참여한다.
최근 스페셜 올림픽(발달장애인 올림픽·2029년 예정)에 핸드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챌린저스 선수들의 행복한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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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