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대륙식 정신승리'일까.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이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자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반응이 이채롭다. 중국 소후닷컴은 18일 '사우디와 우즈벡이 한국과 북한에 각각 승리하면서 결승에 올랐다'며 '두 팀은 중국과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팀이며, 중국은 이들에게만 패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사우디, 우즈벡, 태국과 한 조에 속했다. 1차전에서 사우디에 1대2로 패한 중국은 2차전에서도 우즈벡에 1대2로 덜미를 잡혀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최종전이었던 태국전에서 2대0으로 이기면서 전패 수모는 피했다.
조편성 당시부터 중국의 8강행은 난망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사우디, 우즈벡과 한 조에 포함된 만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을 잡기 힘들 것이라는 게 아시아 대다수의 전망이었다. 중국 내부에선 '역대급 황금세대'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그러자 화살은 중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일본 출신의 우에무라 겐이치 감독을 향했다. 중국 일간지 상관신문은 '준비만 잘했다면 U-17 아시안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며 '태국전 후반 중반에도 중국 선수들은 힘이 넘쳤다. 앞선 두 경기에서 지친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조별리그 3번째 경기라면 체력이 떨어져야 했을 것이다. 이는 2주 간의 훈련과 경기 끝에 중국 선수들이 해발 1700m 고원인 사우디 타이프의 환경에 적응해 자신들의 수준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 축구에게 고지대 경기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이 해발 1800m 쿤밍이나 1700m인 위시에서 경기 경험을 갖고 있다'며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우에무라 감독에게 고지대 훈련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문제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재 각급 남녀 대표팀 관리 체계는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청소년 대표팀 관리를 담당하는 청소년부는 인맥, 자원, 경험 모두 부족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며 'U-17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예선 통과 후 3번의 훈련을 실시하면서 제대로 된 연습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달 소집 후 인도네시아전을 치른 게 그나마 제대로 된 연습경기였다. 앞서 UAE, 이란, 호주 등이 연습경기를 제안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우에무라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많은 연습경기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청소년부도 제대로 된 상대를 찾도록 돕는데 실패한 게 원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의 실패는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뚜렷한 특징을 가진 선수들과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실패했다'며 '선배들의 이번 실패가 후배들에게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교훈이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을 마무리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