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다시 한번 커리어 첫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걸 놓치면 언제 또 기회를 잡게될 지 알 수 없다. 손흥민(33·토트넘)의 절대적인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캡틴' 손흥민의 결장 악재를 딛고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도박과 같았던 모험수가 성공했다.
토트넘은 18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서 열린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 38분에 나온 도미닉 솔란케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1, 2차전 합산 스코어 2대1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이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은 '캡틴의 부재'라는 큰 악재를 만났다. 손흥민이 발등 부상으로 아예 독일 원정길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이었다. 전혀 예상 밖의 변수였다.
물론 조짐이 없던 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13일 열린 울버햄튼과의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원정경기 때 아예 출전명단에서 빠졌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발에 경미한 통증이 있어서 (출전명단에서)제외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중요한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을 위해 손흥민을 아끼려는 전략으로 이해됐다. 실제로 손흥민은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6일에 동료들과 정상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토트넘 구단은 홈페이지와 공식 SNS채널 등에 훈련 영상을 공개했는데, 손흥민은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어울리며 러닝 등을 소화했다.
하지만 정작 17일 독일로 떠난 토트넘 선수단에 손흥민은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독일에 도착한 뒤 가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결국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몇 주 동안 발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은 잘 버텨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통증이 심해졌다. 어제 훈련을 시도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비록 이번 시즌 기량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팀의 주장이자 전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더구나 원정길 동행조차 무산됐다. 보통 이 경우 주장이 동료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원정길에 동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잉글랜드와 독일은 매우 가까운 거리다. 손흥민이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독일로 날아올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런던에 남아있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이 부상이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거나 혹은 토트넘이 일부러 손흥민을 전력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은 일단 토트넘이 4강 진출에 성공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 중요한 건 남은 4강과 결승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 우승에 도달하느냐다.
토트넘의 4강 상대는 '다크호스'로 돌풍을 일으킨 노르웨이 프로팀 FK 보되 클림트다. 노르웨이리그의 절대강자다. 2020~2021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5시즌 동안 네 번이나 우승했다. 보되 클림트는 8강에서 이탈리아의 강팀 라치오를 힘겹게 따돌렸다. 1차전에서 2-0으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에 두 번째 골을 내줘 0-2로 졌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연장전 전반 9분에 라치오 디아가 먼저 골을 넣었다. 그러나 보되는 연장 후반 4분에 헬메르센이 기어코 다시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 보되 클림트가 3-2로 승리하면서 결국 4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토트넘으로서는 일단 보되 클림트가 라치오보다는 덜 까다로운 상대다. 하지만 라치오를 꺾고 4강에 오른 전력을 얕볼 수는 없다. 반대편 준결승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틀레틱 빌바오가 올라가 있다. 어쩌면 맨유와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다.
준결승도 홈-어웨이로 2경기를 치른다. 첫 판은 5월 1일 토트넘 홈구장인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대략 2주가 남았다.
8강 2차전에 빠진 손흥민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다. 손흥민은 동료들 덕분에 약 2주를 벌게 됐다. 이 시간 동안 최대한 몸상태를 끌어올려 안방에서 다시 '캡틴'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커리어 첫 우승 찬스를 살릴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내년 6월까지는 토트넘과 계약이 돼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손흥민으로서는 단순히 우승에만 도전하는 게 아니다. 선수 커리어 막바지를 어떻게 장식하느냐가 걸려 있다.
손흥민이 여기서 부활해 우승에 기여한다면 토트넘과의 재계약 또는 이후 유럽 빅리그 팀 이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부상으로 주저앉는다면 미래는 절망적이다. 튀르키예나 사우디아라비아리그 또는 미국 MLS 등 B급 리그로 갈 수 밖에 없다. 사생결단의 자세로 복귀에 매진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