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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모두 정말 자랑스러워!' 대인배 손흥민, 자기 빼고 4강 오른 동료들에게 전하는 축하메시지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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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진짜 진짜 잘했다. 너희 모두 자랑스러워!'

'캡틴' 손흥민(33)이 독일에서 기적을 만든 동료들을 향해 잉글랜드에서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본인이 빠진 상태에서 거둔 귀중한 승리, 경기에 뛰지 못한 속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 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고, 동료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정말 정말 너희 모두 자랑스러워. 잘했어. 계속 가보자!'라는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대인배'다운 모습이다.

토트넘은 18일 새벽 4시(이하 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 43분에 터진 도미닉 솔란케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홈구장에서 열린 지난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토트넘은 합산스코어 2대1로 유로파리그 4강 진출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4강 상대는 이탈리아 라치오를 꺾은 노르웨이리그 우승팀 보되/글림트다.

4강 진출이 확정되자 결승골을 넣은 솔란케와 제임스 매디슨, 캡틴 완장을 차고 나온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 기쁨의 순간, 손흥민의 모습은 없었다. 손흥민은 아예 경기가 열리는 독일로 오지도 못한 채 영국에 남아 TV로 이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충격적인 결장 소식이 경기 전날 알려졌다. 토트넘 구단은 17일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결장 소식을 전했다. 구단은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은 여전히 발에 통증이 있어 원정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발표했다.

선수단을 이끌고 독일로 떠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결국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몇 주 동안 발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은 잘 버텨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통증이 심해졌다. 어제 훈련을 시도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원정 제외 이유를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기 전날 토트넘 홈페이지와 공식 SNS채널 등을 통해 손흥민이 밝은 얼굴로 팀 훈련에 참여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터라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멀쩡해 보이던 '캡틴'이 하루만에 원정길에 동행조차 하지 못할 정도라는 사실은 팬들의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토트넘 HQ는 손흥민의 결장이 공식 발표된 뒤 '손흥민은 이미 몇 주 전부터 부상이 있었다고 했는데, 왜 하필 가장 중요한 경기인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을 앞두고 배제됐는지 의문이다'라며 '팬들도 이 부상 결장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팬들은 이 결장이 손흥민을 팀에서 배제하고 여름이적시장에서 팔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음모론일 뿐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 모두 유로파 리그 우승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리그와 다른 컵대회는 '폭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구단의 미래 뿐만 아니라 수익을 위해서라도 유로파리그 우승만큼은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

있는 전력, 없는 전력 다 끌어서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 손흥민을 전력에서 일부러 제외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손흥민의 결장 소식에 실망한 일부 팬들의 '뇌피셜'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 1차전에서 오른발 등을 다쳤다. 이후 13일 울버햄튼과의 리그 32라운드 원정경기 때도 아예 출전명단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했다. 잠시 상태가 호전돼 16일 팀 훈련에는 참가했지만, 이후 또 통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원정선수단과 동행해 응원할 수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예 영국에 남아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다. 4강에 오르게 되면 손흥민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시키기 위해 영국에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다. 손흥민은 4강 1차전이 열리는 5월 1일까지 약 2주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게다가 1차전은 토트넘 홈에서 열린다. 여기서 100%의 몸상태로 돌아와 승리를 이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비록 지난 시즌에 비해 부진하다고 해도 손흥민은 여전히 팀 공격의 핵심이다. 이번 시즌 공식전 43경기에서 11골 1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3골로 팀내 최다득점자다.

손흥민 역시 토트넘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자기 없이도 4강에 오른 동료들을 더 아낌없이 축하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축하 메시지 속에는 4강전에서는 자신이 해결사로 돌아오겠다는 손흥민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