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월드컵 4강 성지' 상암에서 다시 축구 대표팀 경기가 펼쳐질 수 있을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8일(이하 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9~10차전 일정을 공지했다. 이라크 원정, 쿠웨이트 홈 경기를 치르는 한국은 6월 6일 바스라에서 이라크와 9차전을 치르고,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최종전을 치른다.
AFC 발표가 서울 개최 확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홈 경기 운영 주체인 대한축구협회가 AFC에 쿠웨이트전을 서울에서 치르겠다고 공문을 보냈고, 서류 절차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 뿐이다. 향후 실시될 AFC 실사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상태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대체 구장을 찾아야 한다. AFC는 앞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에 나선 광주, 전북 홈구장 그라운드 상태를 문제 삼아 대체 구장 개최를 명령한 바 있다. 결국 향후 실사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개보수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개최가 달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월 K리그1 일정이 개막했으나 최악의 그라운드 컨디션으로 비판을 받았다. SNS 팔로워 수가 900만명이 넘는 FC서울 제시 린가드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올리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3월 열린 3차예선 7~8차전 역시 잔디 문제로 치르지 못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올해 K리그가 지난해보다 16일 앞당겨진 역대 가장 이른 2월 22일 시작되다보니 사전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여기에 한파가 3월 초까지 이어지고 땅이 얼면서 잔디 뿌리내림과 생육이 불량해 곳곳에 들뜸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설공단은 "올해 K리그 조기 개막에 따른 예상 문제 등을 프로축구연맹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일정조율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 대비 초라한 잔디 관리 예산과 미비한 운영 실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서울이 아닌 고양, 수원에서 A매치를 치른 대표팀 선수들까지 가세했다. 손흥민은 "원정 때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 하게 하는 것 같다"며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잔디 때문에 오늘 같은 어려운 컨트롤도, 드리블도 어려운 상황들이 나오는데 팬분들의 눈에도 저희가 좋은 경기, 빠른 속도의 경기를 못하는 것들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부분들이 홈에서 할 때만큼은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라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며 빠른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지난달 잔디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전년 11억원 대비 3배 늘어난 33억원을 투입해 잔디 보수에 나섰다. 일부를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밀도를 높이기 위한 배토 및 파종작업을 하기로 했다. 충분한 잔디교체 물량 확보와 잔디생육을 돕는 선진기계 도입으로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잔디 생육에 도움이 되는 그라운드 통기(스파이킹)와 병충해 예방 시약, 비료 성분을 토양에 공급하는 시비 작업을 비롯해 그라운드 다짐과 관수작업도 실시하기로 했다. 잔디 관리를 위한 협의체 신설 및 대관 방식 개선, 프로축구연맹 등 관련 기관 협의도 갖기로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6000여명 수용이 가능한 축구 전용구장.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지어져 독일과의 4강전 등 굵직한 승부가 열린 '한국 축구 성지'다. 쿠웨이트전이 상암에서 펼쳐진다면 홍명보호는 오랜만에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을 전망. 3차예선 8경기 4승4무, 승점 16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선 상암에서 월드컵 본선행 축포를 울릴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