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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세계유산도시 부여…생활인구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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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금 수혈해 소아과 명맥 유지…2곳 폐교, 1곳 분교로
실버홈·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등 맞춤형 인구 정책 시행

(부여=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 부여군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이자 찬란하고 화려했던 백제 문화유산을 간직한 세계유산도시다.
금강 수운의 중심지인 규암나루를 중심으로 한때 인구가 20만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충남 북부 지역의 교통 여건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교통이 낙후된 부여지역의 인구 유출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 금강하굿둑의 완공으로 금강 내륙 수운이 막히면서 1982년 15만명을 넘었던 지역 인구는 15년 만에 9만8천190명으로 10만명 선이 붕괴했다.
최근 3년간 인구는 2022년 6만2천343명, 2023년 6만1천46명에 이어 지난해 말 5만9천550명으로 결국 6만명 선까지 무너졌다.

◇ 지역 유일 소아과 문 닫아…고향사랑기부금 들여 개원 지원

지난 16일 찾은 부여읍 건양대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은 한산했다.
지역 내 유일한 종합병원이지만, 영유아 환자를 동반한 보호자는 찾기 어려웠다.
이 병원 간호사는 "주중 수·목요일이 가장 한산하다"면서 "독감이 유행하는 환절기이지만, 관내 영유아 인구가 적다 보니 다른 지역 일반 소아과보다도 환자가 적다"고 말했다.
건양대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1월 6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부여읍에 있던 지역 유일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군이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 5천900만원을 투입해 건양대 안에 소아과 신설을 지원했다.
개원한 지 100일이 지난 현재 하루 평균 환자 수는 30∼40명에 달한다. 개인병원 소아과 수준이다.
의사 1명이 평일 종일 진료와 토요일 오전 진료까지 맡아 신생아 질환·소아 이비인후과 질환·소아 위장관 질환 진료 업무를 보고 영유아 검진, 예방접종까지 하고 있다.
군이 시설 개선과 의료장비 구입을 지원하고 도비와 군비 등 3억원을 들여 의사·간호인력 인건비도 보조하고 있지만, 전문의 혼자 진료하다 보니 장 폐색이나 골절 등 큰 수술은 불가능해 논산 등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 병원 산부인과 역시 전문의 1명이 담당하고 있어 부인과 질환 진료와 임산부 산전 후 검사 정도만 가능하다. 부여지역 임신부는 타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역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아이들 소아과 어디로 다니세요?'라는 제목의 글에 논산이나 공주, 세종지역 소아과로 다닌다는 댓글들이 달릴 만큼 소아과 역시 원정진료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군의 인구는 5만9천215명으로 전월(5만9천294명) 대비 79명 줄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8명에 그쳤다.
학령인구가 지속해 감소하면서 남면 마정초와 양화면 양화중은 지난달 결국 폐교했다. 전교생이 10명에 불과한 석성면 석성초도 분교장으로 전환됐다.

◇ 10명 중 4명이 고령인구…독거노인 공동 주거 공간 등 맞춤형 대책 추진
저출생·고령화는 전국 공통의 문제이지만, 특히 부여의 산업 구조는 농업과 임업 등 1차산업 위주여서 생산 가능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했다.
작년 말 기준 부여지역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1%로 전국 평균(20%)의 두 배 수준을 넘었다. 충남에선 서천에 이어 두 번째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주거·교육·의료 인프라 등 농촌지역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무작정 인구 늘리기 정책을 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군은 고령자에 특화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등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맞춰 맞춤형 복지 대책을 펴고 있다.

우선 연내 홍산면 북촌2리에 어르신을 위한 공동 주거 공간인 '충남형 공동생활홈'(실버홈)을 착공할 예정이다.
1인실 기준 24㎡ 규모의 개인 공간과 공유 주방, 주민 사랑방 등으로 구성된 공동주택을 짓고 잔여 부지에는 공동텃밭과 휴게 쉼터를 조성한다.
독거노인을 위한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노후생활 불편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박영릉 북촌2리 이장은 "우리 마을 32가구 중 60%가 80대 이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혼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근에는 국가유산인 홍산동헌이 있고 우체국과 전통시장, 병원,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입주 희망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군은 또 앞으로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어르신을 위한 이륜차와 전동카트 전용 주차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고령 주민이 늘어남에 따라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령자의 주요 교통수단인 전동카트 등을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 체류 인구가 등록인구 5배…'고도' 정체성 살려 관광도시 만든다

군은 지방소멸 대응 추진단을 꾸려 스마트 농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청년 귀농·귀촌, 체류 인구 확대 정책을 추진중이다.
스마트팜 통합지원센터를 조성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남면 옛 남성중학교 자리에 원예농산물 거점 유통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농촌생활을 실제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해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 장암면에 '부여서울농장'을 구축, 부여 대표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온실 하우스·텃밭과 카페와 어린이 놀이공간 등을 갖춘 커뮤니티 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유일하게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규암면에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과 돌봄을 위한 '우리아이 동행마루'를 건립할 예정이다.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지역 차원에서 실현하는 공간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역균형발전사업비를 활용해 2029년까지 실내 놀이시설과 돌봄시설, 보건실, 청소년 교육시설, 미디어학습실 등을 갖춘 방과 후 교육·돌봄센터 준공을 목표로 한다.
군은 인구감소 문제 대응을 위해 생활인구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군의 생활인구는 약 36만명으로, 체류 인구(30만명)가 등록인구(6만명)의 5배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부여군 생활인구 현황을 보면 체류 인구 1인당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12만9천원으로, 부여군 전체 카드 사용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백제의 고도(古都)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체류형 관광도시를 조성할 방침이다.
백마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궁남지와 정림사지, 부소산을 연결하는 정원도시 부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충화면에 서동요 테마파크 등과 연계한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백마강 파크골프장, 군립미술관을 건립한다.
이와 함께 부여읍에 남녀 기숙사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농촌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건립, 지역 특성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정책을 추진한다.
박정현 군수는 "부여군은 백제금동대향로, 세계유산 4개소 등 유구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체류 인구를 잠재적 정주 인구로 인식하고 재방문을 유도,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전략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