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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겪은 신경외과 전문의, 광주전남 1호 역학조사관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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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형준 의무사무관, 2022년부터 공공의료 현장 지켜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코로나19로 죽어 나가는 환자들을 보며 안 되겠다 싶었죠."
광주·전남에서 처음으로 지자체 역학조사관이 된 곽형준(53) 의무사무관은 19일 신경외과 전문의의 삶을 뒤로하고 공직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곽 사무관은 전남대병원과 민간 병원에서 10년 넘게 신경외과 전문의로 환자들을 진료해 온 베테랑 의사였다.
뒤돌아보면 의대 6년에 전공의 수련 시절까지 더하면 쉴 새 없이 달려온 시간,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1년간 쉬고 있을 무렵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나라에도 마수를 뻗쳤다.
하루가 멀다고 확진자는 쏟아지는데, 의료 시설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해 상당수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상황.
곽 사무관은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부족해 자원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현장은 참혹했다.
치료제가 없었던 탓에 중증 환자들은 진료하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는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그는 고향인 광주에 마련된 백신 접종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센터가 개소할 때부터 역할을 다하고 폐쇄될 때까지 전담 의사로 방역 최일선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냈다.
이 과정에서 곽 의무 사무관은 의사 한 명 없는 공공 의료의 취약함을 몸소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공공의료 분야에 의사가 없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터져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뇌 수술이나 척추 수술을 하면서 살았는데 이런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어보니 기존의 (신경외과) 영역을 고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겠다고 느꼈다"며 "공공 의료 분야에서 감염병에 대응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22년 2월 광산구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소속으로 공공 의료에 몸을 담기로 했다.

공무원이면서 의사이기도 한 그는 전천후로 활약했다.
자신에게 맡겨진 예방접종 예진 업무 외에도 일반 진료 업무 공백을 메꾸거나 보건지소 출장 업무도 도맡다시피 했다.
보건 간호직 공무원들의 학습 동아리에도 나타나 전문적인 의료 지식과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며 동료들 개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 동료 직원은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직원들의 전문성이 향상되면 결국 광산구 보건소를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에 발을 들인 계기가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부터 감염병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하는 역학조사관이 되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수습 역학조사관으로서 공공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감염병 사례를 논문 형식의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하는 등 쉽지 않은 길이었다.
1년 넘게 시간을 쪼개가며 모든 과정을 수료했고, 그렇게 광주·전남 지자체 1호 역학조사관이 됐다.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 중 역학조사관이 된 사람은 전국에서 1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종종 홍역이나 메르스 의심 등 자칫 심각할 수 있는 전염병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고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