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개신교 선교사 3분의 2는 여성이었는데"…'여성 소외' 지적
아펜젤러 후손과 개신교 140주년 기념 부활절 퍼레이드 참가 눈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목사나 장로뿐만 아니라 모든 기독교 믿는 사람들이 모범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보여줘서 많은 사람이 '나는 기독교인 되어야겠다'고 믿을 수 있게 보여드릴 필요성과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에 개신교가 전래한 지 14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 19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부활절 퍼레이드에서 연세대의 전신 중 하나인 연희전문학교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 후손의 당부가 이목을 끌었다.
이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개최한 '2025 부활절 퍼레이드'에 참석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피터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 씨는 "기독교인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한국 교회의 위기를 언급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이어 외국으로 선교사를 두 번째로 많이 보내는 국가가 되는 등 개신교가 한국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교계의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개신교 선교사는 3천여명이 한국으로 왔습니다. 매우 중요한 것은 그 3천명 중에 여성이 3분의 2였다는 것입니다. 오늘 (행사) 준비하면서 위원회나 이런 곳에 여성이 상당히 적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조금 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터 언더우드 씨가 언급한 것은 행사 준비 과정에 관한 것이지만 이는 여성의 활동을 제약하는 교계의 관행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이 총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을 비롯한 일부 교단은 여성의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신학대 동기생인 남성은 담임 목사나 선교사가 됐는데 여전히 전도사에 머무는 여성 신자도 있다. 문제의식을 느낀 개신교인들이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을 만들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언더우드 선교사와 함께 1885년 제물포에 도착한 헨리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의 5대손인 매슈 셰필드 씨도 이날 퍼레이드에 초청됐다.
매슈 셰필드 씨는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기독교 공동체 중 하나"라며 "여러분의 삶과 신앙과 예배를 보면서 그(아펜젤러)의 희생과 헌신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분이 살아계시기에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Because he lives, We can face tomorrow)를 주제로 열린 퍼레이드는 '약속의 시작', '고난과 부활', '한반도와 복음', '미래의 약속'을 소주제로 한 4개의 막으로 구성됐다.
행진 참가자들은 예수와 제자들로 분장하기도 했고 십자가, 돌무덤, 대형 성경, 교회와 같은 그리스도교의 상징물을 만들어 운반하거나 합창·태권도 시범 등을 하며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작년에는 행렬대가 서울시청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3㎞ 남짓을 이동했지만, 올해는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인근에서 열리는 정치집회와 뒤섞여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광화문∼세종대로 구간 약 550m를 행진한 뒤 세종문화회관 뒤쪽으로 우회해서 복귀하도록 이동 거리를 대폭 줄였다.
이날 비가 내리면서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이번 퍼레이드는 관람석에 빈자리가 다수 눈에 띄는 등 예년보다 다소 썰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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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