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 '디지털시장법 위반' 조사중…美자극않으려 미룬듯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대미 관세협상 개시 직전 애플과 메타의 디지털 규제 위반에 따른 제재 발표를 연기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애초 지난 15일 애플과 메타를 상대로 진행한 디지털시장법(DMA)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발표 일정을 사전 통보받은 회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론에는 DMA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cease-and-desist orders)이 포함됐으며, 두 회사 모두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집행위는 하루 전인 14일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정이 갑작스레 잡히면서 DMA 조사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같은 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했다.
EU를 포함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표에 EU도 대미 보복관세 시행을 보류하겠다고 호응하면서 성사된 첫 공식 협상 자리였다.
결국 본격적인 협상 개시 국면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DMA 결과 발표를 막판에 미룬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DMA 조사 관련 질문에 '기술적 작업'이 완료됐으며 "현재 단기적으로 최종 결정을 채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제재 수위가 포함된 최종 결정문 작성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7개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7개 게이트 키퍼 지정 기업 가운데 5개가 미국 기업이다.
규정상으로는 위반 결론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적 위반 시에는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집행위는 작년 3월 DMA가 전면 시행된 이후 애플, 알파벳, 메타를 상대로 외부 앱 개발자에게 적용하는 자체 규정인 '다른 결제방식 유도 금지'(anti-steering) 등이 DMA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집행위는 12개월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알파벳의 구글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만 내놨다.
이에 미국 빅테크 규제에 불만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집행위가 여전히 애플, 메타에 대해 DMA 위반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최종 결과 발표가 얼마나 더 미뤄질지 당장은 명확하지 않다.
또 과징금 자체보다도 집행위가 내릴 시정명령 수위에 따라 애플, 메타의 영업 관행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WSJ는 해설했다.
실제로 집행위는 이미 과징금 액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한 상태다.
올리비에 게르상 집행위 경쟁총국장은 이달 초 한 행사에 참석해 장기간에 걸친 반독점적 관행에 대한 과징금과 달리 DMA는 신생법이어서 조사 대상 기업들의 '미이행 기간'이 짧은 점이 과징금 부과 시 고려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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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