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괴한 소식이 나왔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거의 역대 최강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리버풀을 최고 전성기로 이끌고 명예롭게 떠났던 위르겐 클롭 전 감독이 새 감독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리버풀의 핵심선수들을 빼내올 것을 요구했다. 자신의 축구 전술을 잘 이해하는 옛 제자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나 리버풀 팬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배신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영국 매체 팀 토크는 18일(이하 한국시각) '클롭이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제안을 수락하기에 앞서 3명의 거물급 선수 영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통 감독직을 제안 받을 경우 그 선행조건으로 특정 선수의 영입을 요구하는 건 다반사다. 클롭 역시 최근 레알의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과정에서 선수 영입을 요구했을 수 있다.
그런데 소름 돋는 사실은 클롭이 요구한 선수가 바로 리버풀의 간판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클롭이 요청한 선수들은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이브라히미 코나테, 버질 반 다이크 등으로 추론된다.
이들은 모두 리버풀의 핵심선수들이다. 이들이 모두 빠지면 리버풀의 전력이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리버풀 팬의 입장에서는 클롭의 이런 요구를 '배신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클롭은 2015년 가을부터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을 이끌며 최전성기를 열었던 '레전드 감독'이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에 "지쳤다"며 시즌 종료 후 리버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실천한 셈이다.
이후 클롭은 레드불 의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 변신했다. 현직 감독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축구계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클롭을 레알 마드리드가 주목했다.
마침 레알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결별을 준비 중이다. 레알이 지난 17일 홈구장인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아스널에 1대2로 지며 4강에 실패한 뒤로 안첼로티 감독 경질설이 대두됐다. 안첼로티 감독은 세금 탈세로 재판도 받는 중이었다. 여러모로 레알과의 인연은 끝이 난 듯 하다.
안첼로티 후임으로 클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팀 토크는 이와 관련해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이 안첼로티 감독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며 그는 곧 경질될 예정이다'라고 스카이스포츠 보도를 인용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지휘봉을 내려놓으면 곧바로 브라질 대표팀을 맡을 예정이다. 레알은 바로 후임 감독을 찾아야 한다.
한때 바이엘 레버쿠젠을 이끄는 사비 알론소 감독이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스포르트에 따르면 레알이 클롭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다. 클롭 역시 레드불에서의 업무에 불만을 드러내며 다시 감독 복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레알과 클롭은 아마도 감독 복귀에 관한 대화를 이미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페인 매체 데펜사센트랄의 보도에서 언급됐다. 특히 이 협상에서 클롭이 리버풀의 핵심 수비진을 영입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팀 토크는 '데펜사 센트럴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클롭이 알렉산더-아놀드와 왼쪽 풀백, 센터백의 영입을 요청했을 것이다. 이는 레알 수뇌부의 입장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협상 타결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알렉산더-아놀드는 레알과의 계약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센터백 반 다이크는 리버풀과 재계약했다. 코나테는 레알과 아직 연결되어 있는 분위기다. 자칫 코나테의 이적마저 성사된다면, 클롭은 '리버풀의 레전드'에서 '최악의 배신자'가 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