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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강혁 감독 역발상+올 시즌 최고 ATO. 김낙현-김준일 2대2의 배경. 치밀한 빌드업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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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앤드류 코너로 가 있어. 근데 준일아 니가 잘해줘야 해!"

조금만 작전타임을 더 들어보자. "성우가 와 있고, 승민이가 코너에 가 있어. 무조건 스위치할 거라고. 빨리 롤을 해야 해"

또 하나가 더 있었다. "만약에 터치하면, 그건 니콜슨 꺼야"

지난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수원 KT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

KT가 이기면 시리즈가 종료. 가스공사는 올 시즌 마감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이 나왔다.

4쿼터 경기종료 40.8초가 남은 상황에서 77-75, 2점 차 가스공사의 리드. 허 훈의 미드 점퍼 이후 가스공사의 작전타임이었다.

이 공격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는 상황.

강 혁 감독은 고민 끝에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과감한 작전을 선택했다.

이 작전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는 이날 김낙현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단, 후반 미스매치 수비로 인해 체력적 부담감이 극심했던 상황, 니콜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김낙현과 니콜슨의 공격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었지만, KT는 두 선수의 수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최종 종착지는 너무나 의외였다. 이날 단 1점도 넣지 못했던 빅맨 김준일이었다.

빌드업이 필요했다. 팀내 최고 슈터 니콜슨, 이날 컨디션이 좋았고 3점슛이 정확한 신승민을 코너에 배치했다. KT 수비수 2명을 코너 쪽에 묶어 두기 위해서였다.

현대농구에서 코너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2대2 공격을 위해서는 스페이싱이 중요하다. 코트 가운데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가 양쪽 사이드 라인 끝점인 코너다. 코너에 공격수를 배치하면, 수비수는 중앙의 2대2 공격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즉, 2대2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최대한 확보된다.

김낙현을 메인 볼 핸들러로 선택했다. 전반 연속 3점포로 KT 수비를 맹폭했던 김낙현은 KT 수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즉, 김낙현에게 오픈 3점슛 찬스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김준일이 스크린, 골밑으로 빨리 들어가는 롤을 하면, KT 수비는 김낙현에게 몰릴 공산이 매우 높았다. 하윤기와 문성곤이 2대2 수비수였는데, 순간적으로 몰렸다. 하윤기는 스위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 오픈이 나면 그대로 김낙현이 3점슛을 올라갈 수 있었다. 스크린에 걸린 문성곤은 김준일을 마크하려 했지만, 조금 늦었다. 결국 김낙현의 패스에 의한 김준일의 슈팅 페이크, 골밑 득점이 터졌다. 만약 코너에서 니콜슨을 막는 해먼스가 터치(스크린)를 하면 김낙현은 김준일이 아닌 코너 앤드류 니콜슨에게 패스를 했을 것이다. 또 하나, 정성우는 플랜 B였다. 오른쪽 윙(45도) 지점에 위치, 순간적으로 하프라인 쪽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수비수 허 훈의 헬프 수비를 좌절시킴과 동시에, 2대2가 되지 않을 경우, 다시 패스를 받아 연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단기전에서 ATO(애프터 타임아웃·타임아웃 이후 실행하는 공격을 의미)는 강렬한 묘미를 준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위성우 우리은행은 감독은 숱한 ATO 명장면을 남겼다.

단, ATO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단지, 그 상황 감독의 과감한 결단, 그리고 기발한 작전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비 시즌, 정규리그에서 흘린 땀을 대변한다. 가스공사는 비 시즌을 충실히 이행했고, 정규리그에서도 조직력을 극대화하면서 6강 진출을 이뤄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 조직력의 힘을 믿어야 할 수 있는 역발상이다.

공격에 필요한 치밀한 빌드업이 단 하나라도 어긋나면, '묘수'는 '도박수'로 변질된다.

강 혁 감독의 역발상, 그리고 가스공사 선수들의 땀이 녹아있는 4차전 결정적 ATO.

가스공사와 KT의 6강 시리즈는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1~4차전 매 경기 혈투. 2차전 판정 논란, 3차전 강 혁 감독의 퇴장. 그리고 4차전 깜짝 작전타임까지. 수많은 긍정적, 부정적 화제 속에서 가스공사와 KT 선수들의 강력한 수비와 투혼은 약간 가려져 있는 느낌이 있다. 플레이오프 묘미를 한껏 보여주고 있는 두 팀의 6강 시리즈. 가스공사와 KT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