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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 돌봄자 평균 연령 `56.6세`…"홀로서기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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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홀로서기를 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부모가 평생 돌볼 수는 없으니까요."
지난 18일 찾은 대구 수성구 '숲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사업장'.
이곳은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빵, 마스크 제조 등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업장 건물 2층 반죽실에서 만난 이용호(62)씨는 빵 반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씨는 하얀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작업에 열중했다.
그가 맡은 일은 반죽 덩어리를 50g 무게로 하나씩 나누는 일이었다.
이씨는 능숙한 듯 반죽을 손으로 떼더니 전자저울에 올렸다.
무게가 안 맞는 반죽은 플라스틱 칼로 일부를 떼어낸 후 정확하게 무게를 맞추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새 작업대 위에는 50g짜리 반죽들로 가득 찼다.
이후 이씨는 하얀 밀가루가 묻은 손으로 반죽을 하나씩 집어 동그란 모양으로 빚었다.
그는 이 일을 못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일을 하는 게 기분이 좋다"면서 "돈을 벌어서 여행도 가고 집에서 김치찜도 만든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만든 반죽은 생크림 빵으로 구워졌다. 이곳에서 만든 빵은 학교 등에 납품되며 수익금은 장애인들의 월급으로 쓰인다.

이씨는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돼 간다고 했다. 그는 평일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남구와 수성구를 오가며 스스로 출퇴근한다.
중증 장애를 가진 이씨가 홀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 훈련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씨와 같이 장애인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경우라도 시간이 흐르게 되면 언젠가는 홀로 서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족 중 돌봄자는 부모가 78.6%로 가장 많았다. 주 돌봄자의 평균 연령은 56.6세였다.

손영미 숲 고용사업장 원장은 "부모 등 가족이 장애인 자녀를 평생 돌보기란 쉽지 않다"며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고용사업장은 장애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생계 수단이자 사회성을 배울 수 있게 하는 평생 학교"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hsb@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