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다솔과 8년만 리사이틀…"뿌듯하고 대견한 친구"
"지금도 만나면 10대처럼 대화…오래 음악하는 동료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김)다솔이는 처음 연주할 때부터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연주를 다르게 하면 그에 맞춰 반응이 바로 와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신기한 음악 동료 중 하나죠."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중학생이던 10대 시절 처음 만나 3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음악으로 소통해 온 지음(知音)이다.
부산 출신에 1989년생 동갑내기란 공통점도 있는 두 사람은 2012년과 2014년, 2017년 세 차례 듀오 연주회를 열어 긴밀한 호흡을 자랑했다.
2017년 이후 각자 자리에서 성장해 온 둘은 다음 달 1일 8년 만의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을 개최한다. 서로의 바쁜 스케줄로 연주회를 열지 못했다는 김영욱은 오랜만에 하는 친구와의 연주회에 설렘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만난 김영욱은 "항상 듀오 연주회를 하자고 이야기는 했는데 시간과 상황이 맞질 않았다"며 "작년 포항국제음악제에서 합동 무대를 했지만, 서울 리사이틀은 오랜만이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영욱과 김다솔의 우정은 한예종 예비학교(현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로의 얼굴만 알았을 뿐 교류가 잦지 않았던 두 사람은 독일 유학 시절 현실적인 고민을 주고받으며 음악 동료로 거듭났다.
김영욱은 "저는 뮌헨, 다솔이는 라이프치히와 하노버에서 공부해 도시는 달랐지만, 콩쿠르에 나가면 서로 응원해주고 결과를 찾아보던 사이"라며 "서로 얼마나 치열하게 해왔는지 알기에 다솔이를 보면 뿌듯하고 대견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적 커리어가 쌓인 지금도 둘이 10대 때로 돌아간 것처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시간이 쌓인 만큼 서로를 잘 알기에 편하게 대화하며 도움을 받는 사이로 거듭났다.
"제가 공연 전에 떨린다고 말하면 다솔이가 어린아이한테 이야기하듯 '뭘 떨린다고 그래' 이야기해줘요. 본인도 떨리겠지만 그러면서 서로 힘을 얻는 거죠. 둘 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막상 만나면 10대 때로 돌아가요."
두 사람은 이번 콘서트에서 바로크를 배경으로 작곡된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모음곡'을 시작으로 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근현대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 다양한 시대의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영욱과 김다솔은 전부터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눈 곡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두 사람은 절친답게 곡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생각이 일치하는 지점이 많았다고 한다.
김영욱은 "특정 작곡가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10곡 있다고 하면 좋아하는 작품 번호가 똑같은 경우가 많다"며 "둘 다 프로코피예프는 1번, 슈만은 2번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곡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추려야 했다"고 말했다.
난도가 높은 슈만의 곡에 관해서는 "미루고 미룬 숙제를 해결하는 느낌"이라며 "개인적인 취약점을 많이 포함한 곡이어서 오래도록 함께한 동료와 같이 무대에 선다는 점이 의지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늘 더 뛰어난 음악인이 되기 위해 친구와 함께 고민을 거듭했다는 김영욱은 최근 나이가 들어서도 기량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개인 연주 이외에도 2007년부터 노부스 콰르텟 활동을 이어왔고, 2022년부터는 한예종 음악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다솔이를 만나면 전까지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싶다"며 "다솔이도 전부터 라이프치히 음대에서 교수로 있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교수 활동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무엇보다 김다솔과 함께 오랜 시간 활동하는 친구로 우정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다솔아, 이번 연주회를 떠나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은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시작으로 3일 부산문화회관, 11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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