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리버풀의 특별한 커리어에서 아이코닉한 순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작별인사일까.'
영국 BBC가 리버풀이 알렉산더-아놀드의 극적인 결승골로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승리한 직후 뽑아낸 기사 타이틀이다.
'리그 선두' 리버풀은 21일 오전0시30분(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후반 31분 터진 알렉산더-아놀드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승점 79점, 2위 아스널(66점)에 승점 13점을 앞서나가며 28일 토트넘과의 홈경기, 혹은 24일 아스널의 크리스탈팰리스와의 홈경기 결과에 따라 조기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19위 레스터시티전 승리를 반드시 필요했고, 뜻깊었다. 무엇보다 다음 시즌 레알마드리드 이적설이 유력한 알렉산더-아놀드가 후반 26분 브래들리 대신 교체투입된 지 불과 5분 만에 골맛을 보며 리버풀의 승리를 가져오는 드라마를 썼다.
3월 초 이후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던 알렉산더-아놀드가 골문을 여는 데는 5분이면 족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스타디움을 꽉 채운 리버풀 원정 팬들을 향해 질주했다.왼발로 골문을 열어제친 그가 통산 23호골과 함께 붉은 상의를 탈의하고 두팔을 활짝 뻗은 채 기쁨을 만끽했다. 에베레스트 정복이라도 한 듯이 코너플래그에 붉은 셔츠를 걸었다. 정든 리버풀 팬들과 뜨겁게 교감하고 환호했다. BBC는 '이 셀레브레에션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향한 리버풀의 행진을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이미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시즌 리버풀과 계약이 끝나는 에이스 삼총사 중 모하메드 살라와 버질 반다이크가 재계약에 합의한 상황. 모든 관심이 이제 알렉산더-아놀드에게 쏠리고 있다. 레알마드리드 이적설이 시즌 내내 파다했다. 그러나 이날 짜릿한 결승골 후에도 알렉산더-아놀드는 말을 아꼈다. "나는 올 시즌 내내 제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항상 특별하다. 골을 넣고, 경기를 뛰고,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 타이틀을 따는 것은 제게 특별한 순간이며 제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 역시 선수 거취 관련 질문엔 말을 아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그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관심은 그 목표와 그가 수년동안 이 클럽을 위해 해왔던 모든 좋은 일들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이뤄내는 인크레더블한 선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좀더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최고의 선수들만이 지닌 능력"이라고 극찬했다.
BBC는 '알렉산더-아놀드와 킹파워스타디움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팬들의 열광적인 축하와 교감이 그의 다음 행보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알렉산더-아놀드의 계약 상황이 뒤늦게 반전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아놀드-알렉산더 영입을 확신하고 있지만, 리버풀서 나고 자란 로컬보이에게 최고의 순간, 팀과의 이별은 여전히 힘든 일'일 것으로 봤다.
이날 레스터시티전 골, 그의 잔류를 열망하는 팬들의 환호가 알렉산더-아놀드의 마음을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
BBC는 '알렉산더-아놀드의 미래는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리버풀과의 작별의 일부라면 정말 멋진 퇴장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