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는 역대급 성적으로 시즌 초를 지배하고 있다. 18승5패, 승률 7할8푼3리의 압도적 1위다. 개막한 지 한달이 지났는데 단 한번도 연패가 없다.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 2위로 최강의 투-타 밸런스로 상대팀을 압도한다. 선발이 잘던지는 사이 타자들이 잘쳐서 득점을 하고 불펜진이 리드를 끝까지 지킨다. 5패 중 한번도 역전패를 한 적도 없다.
모든 게 다 잘되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을 LG 야구에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다 잘되게 하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있다. 바로 '철벽' 수비다.
상대 타자가 친 좌중간, 우중간, 중월 2루타성 타구를 어느 순간 중견수 박해민이 점프해서 잡아내고, 다이빙 해서 잡아내고, 슬라이딩 해서 잡아낸다. 3-유간을 뚫을 것 같은 안타성 타구도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 병살을 만들어낸다. 타자가 칠 땐 분명히 수비수가 안보였는데 어느 순간 2루수 신민재가 슬라이딩 해 잡더니 1루로 던져 아웃시킨다. 예전엔 불안하던 3루수 문보경과 1루수 오스틴도 이젠 웬만한 타구는 다 걷어내는 수준이 됐다. 2년 연속 수비상을 받은 홍창기의 슬라이딩 캐치와 강한 송구도 가끔 볼 수 있는 장면들.
좋은 수비는 당연히 실점을 줄여준다. 그러나 LG의 철벽 수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좋은 수비들이 쌓이다 보니 파생되는 효과가 모여서 승리가 되고 '무적 LG'가 됐다.
일단 선발 투수들이 던질 때 좋은 수비로 아웃카운트가 나오면 그만큼 선발 투수의 투구수가 줄어든다. 안타가 돼 주자가 나가 있다면 그만큼 투수는 더 던져야 하지만 수비로 끊어주니 투수는 그 공을 다음 이닝에 던지게 된다. 당연히 5이닝 던질게 6이닝, 7이닝이 된다. 맞혀 잡는 임찬규가 3월 2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9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뿌리며 완봉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수비의 힘이 컸다.
선발의 이닝수가 늘어나니 불펜이 던지는 이닝은 반대로 줄어든다. 불펜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아웃카운트를 늘려 이닝이 빨리 끝나니 수비 시간이 줄어든다. 그만큼 수비를 나간 야수들의 체력 소모가 적다. 한 타자 상대하는데 적게는 1~2분에서 많게는 3~4분도 걸린다. 그 시간이 모이면 결코 적지 않다. 당연히 그렇게 아낀 힘은 타격에 도움이 된다.
호수비는 당연히 두 팀의 분위기를 180도 바꾼다. 득점권 찬스에서 호수비에 걸려 득점에 실패하면 상대에겐 안풀리는 날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다운된다. 타자들은 잘 친 타구가 잡히거나 하면 타격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반대로 LG 선수들은 되는 날이라는 생각에 분위기가 살아난다. 그게 타격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중견수 박해민이 타율 2할4푼2리, 2루수 신민재가 2할2푼6리로 그닥 좋은 타격감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 자리에 있어야 안정적인 수비가 이뤄진다. 타격이 좋은 선수들이 있기에 이들에게까지 어마어마한 타격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좋은 수비 하나로도 실점을 줄이면서 투수를 도와주고, 타자들을 도와주고 있다.
기록으로만 봐도 LG의 수비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LG는 올시즌 팀 실책 8개로 최소 실책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많은 실책을 한 팀은 26실책의 키움 히어로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