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의 '책임감'이 오히려 '독'이 된 모습이다.
'철기둥'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위기를 맞았다. 방출설에 이어 SNS 댓글창 폐쇄까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방출설의 시작은 15일(한국시각) 바이에른에 관해 가장 정통한 기자로 꼽히는 플로리안 플라텐베르크의 SNS였다. 그는 '김민재는 올 여름 이적이 불가능한 선수가 아니'라며 '바이에른은 김민재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은 열려 있다'고 했다. 플라텐베르크 기자는 김민재의 바이에른행을 정확히 맞춘 바 있다.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2대2 무) 이후에는 SNS 댓글 기능을 차단해야 했다. 당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고군분투했지만, 실점의 빌미가 되는 아쉬운 수비를 펼쳤다. 결국 바이에른은 합계 3대4로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독일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악의 평점을 받은 김민재는 팬들의 질타까지 받아야 했다. 바이에른 팬들의 비판에 김민재는 결국 SNS 댓글창을 닫았다.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김민재는 2023년 여름 많은 기대 속에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직전 시즌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김민재는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았고, 수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바이에른을 택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을 택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출전 시간과 우승이었다. 페네르바체와 나폴리에서 혹사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바이에른에서 플레잉 타임을 조절하며,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입단한 김민재에게 장밋빛 미래만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입단 첫 해부터 쉴새 없이 뛰었다. 군사훈련을 다녀오며 제대로 프리시즌을 보내지 못했지만, 붕괴된 수비진을 홀로 지탱해야 했다. 분데스리가에 적응할 틈도 없이 매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결국 카타르아시안컵 출전 이후 무너졌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를 비롯해, 알폰소 데이비스, 이토 히로키, 여기에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쓰러지며, 혼자 수비진을 이끌어야 했다.
몸상태는 최악이다. 지난해부터 있었던 아킬레스 통증은 아킬레스 건염으로 커졌다. 최근에는 기관지염으로 인해 인후통은 물론 허리통증까지 겹쳤다. 강철 같았던 김민재의 몸은 65분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내려갔다. 경기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독일 언론도 '제대로 점프 조차 할 수 없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김민재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김민재는 출전을 강행했다. 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바이에른은 김민재가 필요했고, 김민재는 그때마다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럴수록 몸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좋지 못한 몸상태는 실수로 이어졌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을 90분 내내, 그것도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막기란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콤파니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은 수비수에게 부담이 크다.
한번 떨어진 집중력은 실점으로 이어졌고, 김민재는 독일 언론의 타깃이 됐다. 올 시즌 내내 최고의 모습을 보인 김민재지만,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전부터 인터밀란전까지 큰 경기 실수는 나쁜 인상을 심어줬다. 독일 언론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차라리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비판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을 잘 알면서도 욕하는 독일 언론이 야속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콤파니 감독과 막스 에베를 단장은 올 시즌 김민재의 공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콤파니 감독은 앞장서서 김민재에 대한 비판을 막고 있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콤파니 감독과 에베를 단장은 다음 시즌에도 김민재와 동행을 원하고 있다. 유벤투스, 첼시, 뉴캐슬 등으로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바이에른도, 김민재 측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금 정확한 상황은 김민재가 NFS(절대 판매 불가)이 아니라는건지 무조건 팔겠다는 것이 아니다. 바이에른 역시 김민재 만한 수비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