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금간 불괴'라는 철지난 조롱에 흔들릴 나이는 지났다. 80억 몸값에 걸맞는 책임감이 있을 뿐이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33)이 달라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즌초라곤 하지만 21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2푼7리(49타수 16안타) 2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4를 기록중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롯데 입단 이래 최고의 폼이다. 뒤를 받치는 정보근과 함께 동반 상승세를 타면서 체력 부담도 한결 덜었다.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보여준 홈런은 예년과는 다른 유강남을 보여주는 예다. 나승엽의 선제 솔로포로 1-0 리드를 잡은 상황, 1사 1루에서 삼성 선발 후라도와 9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후라도가 자랑하는 투심, 체인지업, 직구를 커트해냈고, 볼은 골라내며 기어코 볼카운트 3B2S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내심 가득한 기다림 끝에 9구째 147㎞ 직구를 통타, 좌중간 너머로 날려보냈다. 천하의 후라도조차 순간 멘털이 흔들릴 만큼 강렬한 한방이었다.
이적 직후 전 소속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롯데의 거듭된 가을야구 실패가 겹치면서 무던히도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던 그다.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 한층 더 절치부심한 시간을 보냈다.
4년 80억원이란 몸값에는 LG 트윈스에서 다년간 검증된, 130경기 이상을 출전하면서도 '고장나지 않는' 내구력의 몫이 가장 컸다. 그리고 투수를 안정시키는 리드와 프레이밍이 두번째였다. 홈런을 최고 19개까지 때렸던 장타력은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롯데에 입단한 첫 시즌부터 부상에 시달렸고, 2년차 시즌은 아예 여름에 수술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여기에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본격 도입되면서 리그 제일로 평가받던 유강남의 프레이밍 가치도 급전직하했다. 장타력도 시원치 않았다.
개막전 당일 방송사의 '금간불괴' 해프닝은 어느덧 일상화된 그를 향한 비난을 보여준다. 결국 방송사는 "편파 중계의 의도는 아니었다.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했다.
유강남은 개의치 않았다. 속상한 마음과는 별개로, 지난 2년간의 부진에 대한 반성과 미안함의 마음이 더 컸다.
수술 직후부터 재활에 매진하며 '이제 운동해도 된다'는 의사의 한 마디를 기다렸다.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개막 이후에도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김태형 감독은 여전히 프레이밍에 대해 적지 않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령탑이다. 안정된 포구 자체가 투수들의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
늘 "투수가 잘 던져야지, 포수가 리드 잘해봐야 못던지면 방법 없다"면서도 "투수의 성향과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볼배합을 하는 건 포수의 몫"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정보근 손성빈 등 만만찮은 후기지수들의 도전에도 유강남의 입지가 탄탄하게 평가받는 이유다.
목표를 물으면 언제나 "최소 120경기 이상,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할 만큼 감독님의 신뢰를 받는 것, 그리고 20홈런"을 말하는 그다. 지난 조롱 따윈 털어버리고, 롯데 가을 야구의 중심으로 거듭날 유강남을 기다려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