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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 폰세? 치리노스? 10K→11K→완봉, 충격 마구쇼...이 선수가 최고 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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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0삼진→11삼진→완봉승.

얼마나 압도적인 공을 던지길래, 3경기 이렇게 무자비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선수의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KT 위즈 고영표의 2025 시즌 봄이 뜨겁다. 퀄리티스타트를 밥 먹듯이 기록해 '고퀄스'라는 별명을 가진 고영표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KT와 5년 총액 107억원의 깜짝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KT는 고영표를 미래 영구 결번 후보로 점찍으며, 파격 대우를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큰 계약의 첫 시즌,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는지 18경기 6승8패 평균자책점 4.95에 그쳤다. 부상 여파도 있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 아쉬움을 떨쳐내려 작심을 한 걸까. 올시즌 폭주하고 있다. 8일 NC 다이노스전 7이닝 10삼진 1실점 첫 승이 시작이었다. 그냥 하루 제대로 긁힌 날인가 했다. 그런데 15일 KIA 타이거즈전 승리는 없었지만, 6이닝 11삼진 무실점 경기를 해버렸다. KIA 타선이 슬럼프에 빠져 그런가 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을 모두 지워버리겠다는 듯, 2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9이닝 7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개막 직후 KIA 네일, 한화 이글스 폰세, LG 트윈스 치리노스 등 외국인 에이스들의 압도적인 투구에만 눈길이 갔지만, 현 시점 최강 선발은 고영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인지업이 압권이다. 고영표 체인지업이 좋다는 얘기는 수 년째 나왔지만, 올해가 최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구처럼 오다 뚝 떨어지는 걸 넘어, 공이 사라지는 걸 체감할 수 있다고. 사실상 직구(투심)-체인지업 투피치인데도 못 친다.

고영표는 "작년 힘든 시즌을 보냈다. 나는 내 자신을 잘 아는 선수라고 자신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체인지업은 밋밋해지면, 상대에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감독, 코치님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공에 온전히 힘을 전달해야 하는데, 작년엔 부상 때문에 그게 망가졌다. 올해는 제대로 힘을 실어 던진다. 그러니 타자 눈앞에서 공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공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자신의 공을 타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있을까. 고영표는 "나도 가끔 '분명히 내가 뭘 던질지 알텐데, 왜 스윙을 할까' 생각도 해본다"며 웃었다. 이어 "불펜 포수 형들이, 직접 타석에 서보라고 말을 해주기도 한다. 내가 던지면서도 '타자들이 분간하기 힘들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밌는 건, 올해 평균 구속이 줄어드니 체인지업의 위력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직구 평균 구속이 133~135km 정도였다면 지금은 130km대 극초반이다. 고영표는 "감독님께서 구속에 집착할 필요 없다고 늘 말씀해주신다. 나는 구속보다 구위를 신경써야 하는 투수다. 체인지업 구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지난해 좋지 않을 때는 체인지업이 종으로 떨어지지 않고 여기저기로 날렸다. 올해는 정말 확실하게 종으로 뚝 떨어진다. 존 아래쪽으로 공을 넣어야겠다 마음 먹고, 강하게 실밥을 긁으면 딱 존 아래 선에서 공 1~2개가 왔다갔다 하는 정도로 떨어진다"고 비법을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