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5회까지는 아주 잘 던진다. 6회부터 급격히 흔들린다. 4~5선발도 아니고 외국인투수다. 5이닝 만에 바꾸자니 아쉽고 더 끌고 가자니 불안하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도대체 어떻게 잡아야 할까.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잭 로그 이야기다. 로그는 투구수 75구가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다. 현재까지 모습만 보면 6회까지 믿고 맡기기 힘든 수준이다. 외국인투수가 5이닝 밖에 못 던지면 큰 손해다.
로그는 냉정하게 몸값을 못해주고 있다. 두산은 로그와 총액 80만달러(약 11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로그는 2025시즌 5경기 등판해 28⅔이닝을 소화했다. 퀄리티스타트가 1회 뿐이다. 1승 3패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9명 중 25등이다. 팀 내 3~4선발 최승용 최원준이 로그 보다 평균자책점이 낮다.
그런데 로그의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면 골치가 더 아프다. 로그의 자책점 60%가 6회 이후에 집중됐다. 로그가 5경기 동안 5회 이전에 허용한 점수는 6점에 불과하다. 로그가 매 경기 5회까지만 던지고 교체됐다고 치면 평균자책점이 2.16으로 뚝 떨어진다.
로그는 한계투구수가 80개 정도로 보여진다. 로그는 75구까지 피안타율이 0.195다. 76구에서 90구 구간 피안타율이 0.350으로 치솟았다. 91구를 넘어가면 피안타율이 무려 0.571다. 또한 한 경기에 세 번째 상대하는 타자들에게 피안타율 0.448, 피출루율 0.484의 약한 모습을 노출했다.
지난 20일 잠실 KIA전은 로그에 대한 두산 벤치의 고민이 역력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로그는 이날 5회까지 86구를 던지며 단 2피안타 무실점 호투했다. 하지만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6회부터 올라온 필승조 최지강이 7회에도 등판했다. 두산은 2-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선발과 마무리 김택연 사이에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필승조를 5명 6명씩 운용할 수 있는 팀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5회에 그냥 바꾸면 그만이다.
두산은 불펜에 여유가 없다. 필승조 홍건희가 개막 직전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좌완 이병헌은 시즌 초반 크게 몸살을 앓은 뒤 구위 회복 속도가 다소 더디다. 확실한 필승 카드가 최지강 이영하 김택연 정도다. 그러니 선발이 6회 이전에 내려가면 부담이 크다. 최지강이나 이영하가 멀티이닝을 맡아줘야 하는 경기가 나오면 운용이 더 꼬인다.
불펜으로 주로 뛰었던 선수들이 KBO리그에 와서 1~2선발을 맡으면 중후반에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그는 그런 케이스도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124경기나 등판했다. 다만 지난해 선발로 13경기, 구원으로 12경기에 나와 과거의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두산이 과연 해법을 찾을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