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함께 있으니 두려워 마세요'…19일 밤 통화가 마지막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독교인들이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애통해하고 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매일 저녁 전화 통화를 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줬던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성가족 성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조지 안톤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매일 우리에게 용감해지는 법, 인내심을 갖고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 준 성인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안톤은 가톨릭과 정교회 신자 등 수백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의 기독교인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가슴이 아프지만, 교황이 우리를 돌봐주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아는 교회를 남겨두셨음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내가 당신과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교황과 화상통화에 자주 참여했다는 엘리아스 알사예그는 AFP통신에 "교황은 메시지와 기도로 매일 전쟁과 유혈 사태의 종식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새롭게 해주셨다"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그의 기도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가족 성당의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것은 토요일(19일) 밤이었다며 "교황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우리를 축복하고, 우리의 기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지난 20일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모든 전쟁의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들을 석방하고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고 있는 굶주린 사람들을 도우라"고 촉구했다.
안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뒤 성가족 성당에 전화를 걸었고 이는 전쟁 기간 내내 거의 매일 밤 반복되는 일과가 됐다.
교황도 지난해 5월 미국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매일 밤 전화를 건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교황은 "매일 밤 7시 가자 교구 신자들과의 대화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듣게 된다"며 "그곳의 상황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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