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고 소문 난 식당은 다릅니다. 영업 시작 전인데도 문전성시입니다. 기다리기가 막 지루해질 즈음, 개점 안내하는 직원이 낭보를 전합니다. ①"자, 이제 오픈이셔요."
신이 난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가 착석합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을까요.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좋은 상대와 좋은 음식 들며 좋은 이야기 나누었으니까요. 기분 좋게 음식값 내려고 계산대 앞에 섭니다. 직원이 말합니다. ②"3만5천원 나오셨습니다."
식사하고 나서 커피 찾아 커피전문점에 들릅니다. 여기서도 주문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손이 덜 가는 메뉴였나 봐요. 오래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직원이 크게 외칩니다. ③"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① ② ③의 말들, 어떤가요? 손님들을 높이려는 직원들 마음이 훤히 읽히긴 합니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과한 높임 아닐까 해서이지요. 그저 "자, 이제 문 엽니다" "3만5천원 나왔습니다(3만5천원입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해도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어법에도 더 들어맞고요.
우리말법에 [간접 높임]이 있습니다. 높여야 할 사람의 신체 일부분이거나 그의 소유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 주어로 쓰일 때는 동사나 형용사, '명사~이다'의 어간에 '-(으)시'를 붙여 표현하는 높임이라고 문법책은 설명합니다. 사전은 [높임을 받는 대상과 관계있는 인물이나 소유물 따위를 높이는 말]이라고 간접높임말을 풀이합니다.
이 어법에 따라 [그 어르신께서는 마음이 넓으시다] 해야 온전합니다. [그 어르신께서는 마음이 넓다] 하면 부족하다는 겁니다. [선생님, 넥타이가 잘 어울리십니다] 해야지 [선생님, 넥타이가 잘 어울립니다] 하면 불완전하다고도 하고요. 높여야 할 사람은 어르신, 선생님이지 마음, 넥타이는 아니지만 마음, 넥타이에 '-(으)시'를 붙여 간접 높임을 한 결과입니다.
간접 높임은 쓰임에 한계가 있습니다. 높여야 할 사람(손님)과 식당 문 염, 음식값, 주문 커피 간의 관계를 고려해서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이것들을 신체 일부분이나 소유물, 관계있는 인물로 여기지 않으면 간접 높임은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습니다.
다만 화용론(話用論.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따위로 구성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문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미론의 한 분야)의 측면에서 보면 다를 겁니다. 적어도 높임말에서는 지나침이 모자람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음식값은 3만5천원이셔요" "3만5천원 나오셨는데요" 해도 서로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pp. 216-217. 간접 높임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