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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양육이 아이를 망친다"…신간 '부서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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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아이들은 실패나 실수를 경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러다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대학으로 내던져지고, 대학 생활은 준비되지 않은 그들을 폭풍우처럼 강타한다."
미국의 유명 탐사 저널리스트인 애비게일 슈라이어 맨해튼 정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신간 '부서지는 아이들'(웅진지식하우스)에서 "다정한 양육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감정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둔 양육 방식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 전체의 회복력까지 약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통해 전 세계가 겪는 교육·양육 위기의 실상을 조명한다. 특히 학생의 기분을 확인하는 '감정 체크인'이 교실의 일과가 돼 버린 미국의 교육 현실을 지적하며, 전례 없는 배려와 지원이 어떻게 오히려 아이들을 취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만들었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수백 명의 부모·교사·청소년·정신 건강 전문가를 인터뷰한 저자는 아이들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아이가 목욕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자를 씌우고, 햄버거의 참깨까지 떼어내는 극단적인 보호는 결국 아이들에게 '고통 면역력'을 길러줄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또 과보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불안장애와 공포증을 호소하며, 사소한 혼란에도 무기력하게 반응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감정 존중은 이제 학교의 일상이 됐고, 교사는 아이의 기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미국 한 공립학교 교사의 고백은 망가진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실제로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물건을 던지는 학생도 '정서적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학교는 규범과 절제를 가르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양육의 주도권이 부모에서 전문가로 '외주화'되는 현실도 경고한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존한 결과 상담과 약물이 훈육을 대신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었다. 기본적인 일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해내지 못하는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고, 정작 자기 삶에 대해선 조금도 개선 의지가 없는 '빈껍데기 어른'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그는 아이들을 삶이 충만한 어른으로 양육하려면 그들에게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양육의 본질은 실패와 혼란 속에서 회복력을 기르는 데 있으며, 그 과정은 결코 전문가나 약물로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수경 옮김. 432쪽.
hy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