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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보물섬’ 진창규 감독 “15% 돌파, 예상 못해…너무 어두워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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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이 최고 시청률 15.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복수를 그린 '보물섬'은 결말부에서까지 단순한 통쾌함보다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연출을 맡은 진창규 감독은 종영 직후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를 직접 전했다.

먼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대해 진 감독은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서사가 꽤 복잡하고 톤도 어둡다 보니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명희 작가님의 강렬한 대본, 박형식 배우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보물섬' 연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바로 '감정의 진실성'이다. "대본 안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최대한 끌어내고 그렇게 끌어낸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며 "카메라워킹과 편집 역시 이 감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개입만 했다"고 설명했다.

박형식, 허준호, 이해영, 홍화연 등 주요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배우들과 작업하는 건 연출자에게 긴장과 희열을 동시에 안긴다. 서로 견해를 나누고 최적의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난, 우현 등 조연 배우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3부 엔딩을 꼽았다. 허일도(이해영)가 서동주(박형식)의 기억을 속이고 금고를 여는 장면. 비밀번호가 맞지 않자 금고 앞에 주저앉은 허일도가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부활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진 감독은 "현실에서 절대 쓰지 않을 법한 대사를 어떤 감정으로 풀어야 할지 이해영 배우와 고민을 많이 나눴다"며 "리허설 때도 상상 못 했던 표정을 보는 순간, 연출자로서 짜릿했다"고 회상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1부 동호대교씬이다. 은남(홍화연)과 동주의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이 대사 없이 교감하는 이 장면은 "서동주가 움직이게 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의 동기"였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라고만 하고, 큐 사인도 없이 카메라를 돌렸다. 홍화연 배우가 실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냈고, 그 순간들이 감정적으로 깊은 장면을 만들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보물섬'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진 감독은 "작가님과 나눈 이야기도 있지만, 제가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눈앞의 보물을 두고, 멀리 있는 욕망만 좇는 인간의 어리석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가진 것은 보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만 좇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명대사는 16부에서 성보연이 서동주에게 건넨 말이라고 전했다. 그는 "엄마가 돈이 없어 그릇된 길로 빠질 뻔했대. 하지만 어린 성현이를 생각하며 거절했다고 해. 그런 엄마 생각하면서 힘내서 살아요" 진 감독은 "이 대사가야말로 이 작품의 진짜 메시지다. 인간적인 가치를 지켜가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 그것이 '보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6부 엔딩이었다고 전했다. 트럭 사고 이후 서동주의 기억이 돌아왔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고 진 감독은 "사실 동주는 바다에서 허일도를 구할 때 이미 기억을 되찾았고, 이후 모든 행보는 복수를 위한 연기였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논의된 바 없다. 우리 이야기엔 이 결말이 가장 어울리는 마침표였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끝에서 허무만이 남은 남자 서동주. 그리고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파국을 그린 '보물섬'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당신의 진짜 보물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렸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