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탈아시아급 스쿼드를 자랑하는 알힐랄이 광주와의 아챔 맞대결을 앞두고 삐걱댄다.
알힐랄은 22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덤아레나에서 열린 알샤밥과의 2024~2025시즌 사우디프로리그 29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2로 비겼다. 전반 7분 '전 황희찬 동료' 다니엘 포덴세에게 선제골을 내준 알힐랄은 전반 31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후반 1분 살렘 알도사리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후반 23분 모하메드 알 슈와이렉에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승점 1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지난시즌 사우디 리그를 제패한 알힐랄은 올해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멀티골을 앞세운 알나스르에 1대3으로 완패를 당한 뒤 알이티파크와 1대1로 비겼다. 4월에 열린 4경기에서 알칼리즈(3대0 승)전에서 유일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1월28일 알쿠바르전에서 1대2로 충격패한 이후로 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알쿠바르전부터 알샤밥전까지 리그 13경기에서 단 5승(4무4패)에 그치며 알이티하드에 선두를 빼앗겼다. 현재 알이티하드가 승점 68로 단독 선두를 질주한다. 알힐랄은 승점 6점차인 승점 62위로 2위에 머무른다.
알힐랄은 또한 지난달 5일 파흐타코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0대1로 패해 체면을 구겼다. 2차전 홈경기에서 4대0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10경기만에 당한 패배는 팀에 적잖은 데미지를 안겼다.
현지 매체는 알힐랄이 같은 리야드를 연고로 하는 라이벌 알나스르와 알샤밥에 연속해서 승리하지 못한 헤수스 감독과 일부 선수의 불화설과 감독 경질설 등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맨시티 출신 주앙 칸셀루는 알샤밥전에서 후반 교체되자 감독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를 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알힐랄은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광주를 상대한다. 지난 19일 K리그1 9라운드 FC서울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하며 단숨에 2위로 점프한 광주와는 분위기면에서 딴판이다. 양팀은 26일 새벽 1시30분 사우디 제다의 킹압둘라스포츠시티에서 ACLE 8강전 단판전에서 4강 티켓을 다툰다.
가장 최근 알힐랄을 상대한 알샤밥은 이정효 광주 감독에게 '좋은 힌트'를 남겼다. 이날 알샤밥은 알렉산드르 미트로비치, 말콩, 밀린코비치 사비치, 루벤 네베스, 칸셀루, 부누 등 '선수단 시장가치 2700억원' 최강 멤버를 총투입한 알힐랄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놨다. 점유율은 47대53%로 대등했고, 슈팅수도 13대14로 1개 차이에 불과했다. 유효슛은 7대6으로 도리어 알샤밥이 더 많았고, 코너킥수도 알샤밥이 8개로 알힐랄(4개)의 2배에 달했다.
'튀르키예 축구 전설'인 파티흐 테림 알샤밥 감독은 "알힐랄은 디펜딩챔피언이자 최강팀이다. 리그의 우승후보이며, ACLE 타이틀도 노린다. 하지만 그런 알힐랄을 상대로 우린 물러서지 않았다. 우린 점유율을 중시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지도자 경력)33년간 내가 지휘한 팀은 늘 공격적인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했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반에 알힐랄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반면 우린 3~4번의 확실한 찬스를 놓쳤다"라고 결과를 아쉬워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도 공개 토로했다.
테림 감독이 언급한 '공격 축구'는 이 감독의 추구하는 축구와도 궤를 같이한다. 이 감독은 서울전을 마치고 "상대가 어떤 팀이건 우리 플랜대로 밀고 나가는 축구가 '광주축구'다. 광주 축구를 보고 많은 팀이 희망을 품고 영감을 얻어 앞으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 성향상 알힐랄을 잡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꺼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딪혀 싸우는 게 광주 스타일이다.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사우디로 출국한 광주는 현재 제다에 도착해 알힐랄전 준비에 돌입했다. K리그 시도민구단 최초로 ACLE 8강에 진출한 광주가 알힐랄을 상대로 기적적인 승리를 따내면, 알아흘리(사우디)-부리람(태국)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광주는 이미 ACLE 8강 진출로 상금 180만달러(약 26억원)를 확보했다. K리그1 우승 상금(5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알힐랄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다면 60만달러(약 8억7000만원)를 추가로 받는다. 우승시 1000만달러(약 145억1500만원)를 손에 쥔다. 이 감독은 출국 현장에서 "꼭 우승해야 한다. 우승해서 1천만불을 받아 클럽하우스를 새로 지어야 하고 웨이트장(체력훈련시설)도 새로 지어야 하고, 할 게 많다. 그래서 꼭 우승하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