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상'영민 없었다면, 키움은 정말 어쩔 뻔 했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약'으로 꼽았다. 끝나지 않는 리빌딩, 여기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계속되는 간판 선수 유출. 여기에 지난 시즌 원투펀치 후라도(삼성)와 헤이수스(KT) 재계약까지 포기했으니 도저히 좋아질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개막 후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3연전 연속 위닝 등 반전 드라마를 쓰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속절 없이 무너졌다. 4월부터 여섯 시리즈 연속 루징. 최근 10경기 2승 뿐이었다. 선발승이 없었다.
결국 장기 레이스는 선발 싸움. 키움은 올시즌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가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선발진이 풍족하다면 모를까, 모두를 놀라게 한 선택이었다. 물론, 키움의 선택에도 이유는 있었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기기 힘들다는 걸 지난 시즌 체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명의 외국인 투수인 로젠버그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구위가 강한 스타일도 아니고, 제구 기복이 있다. 로젠버그가 무너지면, 연패 흐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그나마 2승을 거둬준 특급 신인 정현우가 어깨 염증으로 이탈해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하지만 키움에는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바로 하영민. 지난해 9승을 거둔 토종 에이스. 물론 하영민에게 22일 두산 베어스전은 쉬운 무대가 아니었다. 팀이 3연패에 빠질 수 있는 위기. 하영민 본인도 3연패 위기였다. 개인 2연승을 달리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 연속 6실점 패전 경기를 했다.
하영민은 강했다. 지난해 9승은 운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포수 김재현과 완벽한 호흡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7이닝 3안타 무4사구 7삼진 무실점. 하영민 역시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이날 로케이션은 정말 완벽하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LG, 롯데가 너무 잘 나갈 때 만나 운이 없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만큼, 이날은 하영민 본래의 모습이 나왔다.
키움은 올시즌 9승을 따냈다. 그 중 하영민이 3승을 책임졌다. 2승의 로젠버그보다 많다. 정현우가 빠지고 마땅한 3, 4, 5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이날 하영민까지 무너졌다면 키움의 연패는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정말 천금 같은 승리, 환상적인 투구였다.
키움팬들은 하영민을 하영민으로 부르지 않는다. 성 '하'가 '아래 하'자 의미로 선수의 기를 죽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영민도 아니다. '최상'영민이다. 키움 팬들 마음 속에서 그는 진짜 영웅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