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교황의 SNS 토대로 묵상한 글 엮은 책 펴내기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해인(80) 수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성과 덕성을 겸비한 위인"으로 기억하며 그 가르침이 남은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인 수녀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훌륭한 분인 걸 알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시고 나니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며 "종교를 떠나 훌륭한 위인 한 분을 역사 속에 떠나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에 대해 "가르침이 막연하고 추상적이지 않고 굉장히 구체적이며 실제적이었다"며 "종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론적이고 추상적으로 되기 쉬운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성과 덕성을 동시에 겸비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12년의 짧은 재임 기간에 문학적으로 빼어난 표현을 담은 회칙들을 냈다"며 "뛰어난 이론을 가다듬으면서도 여러 사람의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첫 회칙인 '신앙의 빛'에 성소수자를 향해 유화적인 내용을 담아 화제가 됐고, 2015년에는 기후 변화 이슈를 담은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를 반포했다.
이해인 수녀는 "제가 바라는 건 이분을 그냥 예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삶에 더 사랑과 자비와 용서가 스며들어서 우리가 더 남을 배려하고 덜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가르침대로 우리도 힘들 때 마음을 넓혀 인류애를 실천하려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68년 첫 서원을 한 이해인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으나 2014년 교황의 트위터(현 X) 글 110건을 토대로 묵상한 내용을 엮어 '교황님의 트위터'를 펴내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소탈하고 유머 넘치는 모습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트위터에도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해인 수녀는 당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러브레터를 쓰는 기분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인 수녀는 이 책에서 교황의 트위터 메시지 '우리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 둡시다'를 소개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할 것을 권했고, 자신도 북토크 수익금을 무료 급식소에 기부해 교황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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