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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먼저다" 서울 캡틴 린가드, 김기동 감독 배려로 깜짝 영국행→'성추행 혐의' 조부 위해 법정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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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주장 제시 린가드(33)가 시즌 중 모국인 영국으로 깜짝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린가드는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를 마치고 영국으로 출국했다. 구단에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K리그1 10라운드 원정경기에 맞춰 복귀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 21일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기동 서울 감독과 서울 구단은 '가족이 먼저'라는 판단 하에 린가드의 '영국 원정'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과의 거리와 시차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시즌 도중에도 '기러기 아빠'인 린가드가 영국에서 어린 딸을 만날 수 있게 배려했었다.

이번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22일(한국시각) 린가드가 리버풀 크라운 법원에 변호인 증인으로 출두해 아동 성범죄 혐의를 받는 할아버지인 케네스 린가드(86)를 위해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케네스는 한 여성을 5세 때부터 19세가 될 때까지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60세인 이 여성은 2022년 방송된 다큐멘터리 '제시 린가드-말하지 못한 이야기'에서 케네스가 '미화'된 것을 본 후 경찰에 성적 학대를 신고했다. 케네스는 17건의 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선 린가드는 2~3세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으며, 자신의 선수 생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기본적인 축구를 비롯해 모든 기술을 가르쳐 줬다. 리버풀에서 맨체스터, 크루, 반즐리, 스토크까지 운전해 주며 내가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할아버지는 오늘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인물"이라고 호소했다.

맨유 출신인 린가드의 조부모 사랑은 끔찍하다. 2023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클럽 노팅엄포레스트와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팀에 입단하지 않고 8개월 가까이 무적으로 지낸 이유 중 하나가 모처럼 조부모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어린 린가드를 보살핀 조모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을 지켰다.

이 여성은 "케네스가 그렇게 영웅으로 묘사되는 게 기분 나빴다"라고 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이 나간 후에는 린가드에게 세 차례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제시 린가드, 부끄러운 줄 알아. 거짓말이 너무 많아. 네 할아버지인 케네스 린가드는 나를 희롱하고 성적으로 학대했어. 너도 알잖아.', '돈 때문에, 그리고 정신 건강 홍보대사처럼 보이려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잖아. 당신 말대로, 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이상 침묵은 없다.' 등의 메시지로 린가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글에선 할아버지가 '소아성애자', '아동 학대범'이라고 언급하며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또 고인이 된 린가드의 할머니를 '방조자'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린가드는 단호했다. 그는 이 여성이 할아버지를 다큐멘터리에 출연시킨 것을 비판한 것에 대해 "나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이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들어본 적이 없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자 "'당신이 그걸 원하면 그렇게 하시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린가드는 배심원들에게 이 여성이 "갑자기 나타났다, 다소 무작위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학대 혐의를 이전에 알았다면 "관계를 바로 끊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린가드는 만약 이 여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할아버지가 자신의 딸과 여동생을 만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에 대해선 "정신 건강상의 이유, 그리고 단지 내 가족과 축구선수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 결국 우리 모두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재판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몇 건의 스폰서십 계약이 무산됐다. 그리고 더 많은 스폰서십 계약을 보류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재판은 현지시각 23일 재개될 예정이다.

린가드는 김 감독과의 약속대로 주중 팀에 복귀해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K리그1 10라운드를 준비할 계획이다.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고 있다. 7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던 서울은 광주전에서 1대2로 패했다. 3승4무2패 승점 13으로 6위에 위치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