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시즌 타율은 0.204에 머물러 있고, 4월 타율은 0.145까지 떨어졌다.
키움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현 위상이다. 안팎에서 흔들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가기로 한 결정에 대해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푸이그는 타격코치와 소통하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판받는 자신을 믿어준 사령탑의 기대에 푸이그가 곧바로 보답했다. 푸이그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시원한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첫 타석은 실망스러웠다.
이날 푸이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나쁜 볼에 많이 헛스윙했다. 오늘은 '존 안에 들어오는 공만 친다'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말했지만, 그 다짐이 첫 타석부터 무너졌다. 몸쪽 보더라인에 붙는 초구 직구에 헛스윙, 땅에 떨어지는 포크볼과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포크볼에 연달아 크게 헛스윙하며 3구 삼진을 당했다.
본인이 보기에도 부끄러웠던 첫 타석. 푸이그가 고개를 전혀 들지 못했다. 자신을 자책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헬멧을 벗은 푸이그가 곧바로 ABS 태블릿PC가 놓여진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나쁜 공'에 배트를 낭비했는지 신랄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두 번째 타석은 달라질 수 있을까?
3회말 2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꽉찬 초구 커브를 흘려보낸 푸이그가 이후 들어온 두 번의 나쁜 공을 잘 참았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2개의 공에 배트는 고정, 눈동자만 돌아갔다.
잘 참아내자 기회가 왔다. 4구째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상단으로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힘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는 푸이그의 모습. 절제된 동작으로 두 손으로 배트를 잡은 채 홈런이 확인되는 순간까지 기다렸다.
나름 겸손하게 배트를 던진 푸이그. '나쁜 볼'에 배트를 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헬멧을 벗은 푸이그의 노란색 초밥 머리가 빛났다. 동료들도 모처럼 터진 푸이그의 시원한 홈런에 열광했다.
홈런 모자를 쓰고 하이파이브 터널을 지난 푸이그가 구단 스태프를 격하게 껴안았다. 스태프가 본의 아니게 야생마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어쨌든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푸이그는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부진한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푸이그가 2022년과 달리 지금 굉장히 진지하다"며 많이 노력하고 있는 푸이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푸이그는 2022년에도 전반기에 부진했지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3년 전보다 성숙해진 푸이그가 이번에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