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반대로 영구 설치는 무산…우여곡절 끝에 전시회 기간 한시적 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평화의 소녀상'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지 3년째인 23일(현지시간) 마침내 중남미에서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22년 11월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소녀상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해 11월 25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억의 박물관'에 설치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설치가 기약 없이 지연돼 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소녀상이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창고에서 먼지만 쌓인 채 잊혀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억의 박물관'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불법 납치, 고문 및 살해 장소로 사용된 비밀수용소 부지 내에 위치한 인권 박물관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비밀수용소 부지를 인권 관련 단체, 박물관, 관공서 등이 위치한 인권의 상징적인 장소로 탈바꿈했으며, 이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고자 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소녀상 설치가 강행되면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으름장을 놓으며 소녀상 설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매체 파히나12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소녀상의 설치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3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초기 계획과는 달라지긴 했지만 소녀상은 어렵사리 누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 내 부스 안에 설치됐다.
올해 49회를 맞이하는 이 국제도서박람회는 중남미 최대 문화행사 중 하나로 꼽히며 24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특히 올해는 한국의 광복 80주년이고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6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는 점에서 소녀상의 전시 의미는 적지 않다고 한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도선 아르헨티나 한인회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는 큰 문화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에게 소녀상의 의미와 역사를 널리 알릴 기회"라고 설명하면서 전시되기 직전까지도 일본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은 방문객이 가장 많이 다니는 국제도서박람회 행사장 정문에 설치하기로 주최 측과 합의했으나, 설치 당일 날 일본 정부의 반발로 결국 아르헨티나 한인회가 마련한 부스 안에 설치되었다"고 덧붙었다.
소녀상의 정식 개막식은 오는 25일이며, 국제도서박람회 개최 기간에만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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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