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과 '워킹 매드'·'블리스' 첫선…"놀라움 선사하려 노력"
"춤이 나를 완성해…성장하기 위해 계속 탐구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잘 춘 춤은 논리를 뛰어넘어 영혼(gut)에 직접 닿습니다. 음악처럼, 왜 감동하는지 이해는 하지 못하죠. 이것이 춤의 힘이에요."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워킹 매드'와 '블리스'를 아시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세계적인 안무가 요한 잉거(58)가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춤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스웨덴 출신인 잉거는 스웨덴 왕립 발레단의 무용수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에서 활동하다가 1995년 작품을 발표하며 안무가로서 발을 뗐다. 201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받았고 세계 유수의 무용단과 협업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번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워킹 매드'(Walking Mad)는 잉거의 대표작 중 하나다.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볼레로'를 바탕으로 인간 내면과 움직임의 진정성을 탐구한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 버전의 '볼레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휘자가 세련된 머리 스타일로 매우 침착하게 시작했다가 천천히 미치광이(madman)로 변해갔어요. 그 모습이 제게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쳤고 감히 이 유명한 음악을 (작업에) 쓰게끔 했죠."
잉거는 "(안무는) 놀라움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였다"며 "음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모두가 알 때는, 예상치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게 임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안무 '블리스'(Bliss)는 키스 재럿의 즉흥 연주곡 '쾰른 콘서트'를 바탕으로 무용수가 음악에 반응하는 과정에 집중한 작품이다.
잉거는 "키스 재럿의 곡은 많은 시간 들어왔던 음악"이라며 "이 음악을 갖고 작업하기로 결정했을 때, 음악이 그것 자체로 존재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그것을 듣고 흐름을 따라가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객에게 특정한 감상 요소보다는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
잉거는 "관객에게 특정한 포인트를 언급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춤의 아름다움은, 음악처럼, 관객이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읽는다는 데 있다"고 했다.
잉거는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전환한 배경으로 창작 욕구를 꼽았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무용수 시절 안무가 지리 킬리언과 공동으로 안무를 만든 경험이 창작에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는 "클래식 발레 무용수로서 자신을 규정하는 데 힘들었다. 언제나 현대적인 움직임과 안무에 더 끌렸다"면서 "(창작 경험은) 집착이 돼 내 생각과 꿈을 지배했다. 창작자로서 내 안의 창조성을 탐험하는 데 중독됐다는 점을 빠르게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잉거는 춤이 자신을 완성했다면서 창작에 계속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는 "춤이라는 예술을 통해 처음에는 무용수, 나중에는 안무가로서 경력을 쌓아왔다"며 "춤이 없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 목표는 성장하기 위해 계속 탐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잉거의 '워킹 매드'와 '블리스'를 다음 달 9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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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