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장, 韓대행에 "할 일, 안 할 일 구분하라"…국힘 "뭐 하는 거냐"
18분 연설 중 박수는 국힘서만 두 차례…혁신당 "사퇴하라" 항의 후 퇴장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영신 김정진 안정훈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24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선 각 당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행 연설에 박수로 호응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면서도 내내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일부 야유를 보냈다.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은 항의 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사퇴하라"고 외쳤고, 사회민주당·진보당 의원들은 한 대행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매국협상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한 대행은 오전 10시 15분께 추경 시정연설을 읽으려 연단에 섰다.
한 대행은 연단에 오르기 전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의석을 향해 각각 한 차례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 대행의 연설 중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약 18분의 연설 동안 박수는 국민의힘 의석에서만 두 차례 나왔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한차례도 치지 않았다.
한 대행이 연설 말미에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첫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종료 이후 한 차례 더 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킬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냉소적인 모습도 보였다.
시정연설은 이처럼 조용히 끝나는 듯 싶었으나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이 연설을 마친 한 대행을 향해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떼면서 장내는 일순간 고성과 야유로 뒤덮였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의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하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족한 때"라며 "이럴 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장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나오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대행은 우 의장을 발언 내내 입을 꾹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했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발언에 "뭐 하는 거예요"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에서도 고성으로 맞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다가가 항의하자, 민주당에서도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뒤따라 나오며 서로 삿대질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한 대행 연설 내내 침묵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 후 처음으로 박수를 쳤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우 의장 멋집니다"라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은 통상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전 환담도 없었다. 한 권한대행 측에서 일정상 사전 환담이 어렵다는 의사를 국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과 맞물린 껄끄러운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피해 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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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