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볼 수록 더욱 놀랍다.
베테랑 좌완 백정현(39)이 눈부신 퍼포먼스로 삼성 라이온즈 불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백정현은 2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전에서 6-2로 앞선 7회 세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7대2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한승택 박찬호 김선빈 등 만만치 않은 타자들이 백정현의 피칭 대응에 애를 먹었다.
주목할 구종은 포크볼이었다.
한승택을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박찬호는 바깥쪽 높은 코스 포크볼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절묘하게 코너에 제구된 공이라 타자들이 속수무책이었다.
포크볼 결정구를 대기타석에서 지켜본 노련한 김선빈에게는 하이포크볼을 보여준 뒤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하프 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노련한 타자를 더 큰 노련함으로 제압하는 장면.
2017년 이후 8년 만에 '불펜 투수'로 돌아온 백정현의 2025시즌의 퍼포먼스는 눈부시다. 12경기 16⅓이닝 3실점으로 1.65의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0.125, WHIP 0.61로 극강의 미들맨이다.
볼넷을 단 3개만 허용할 만큼 빼어난 제구에 탈삼진을 이닝당 1개가 넘은 18개나 잡아낼 만큼 공의 위력도 있다. 맞혀 잡던 지난해와 달리 탈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끊임 없는 노력이 만든 오늘의 성과.
지난해 주무기 체인지업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백정현은 올시즌을 앞두고 새 구종 포크볼을 집중 연마했다.
신무기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탈삼진 절반 가까이가 포크볼로 잡아낸 결과다. 최고 143㎞까지 빨라진 구속에 비해 구종가치 높은 포심과 슬라이더에 신구종 포크볼이 결합하면서 타자들의 가위바위보 게임이 힘들어졌다.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백정현은 세속적 욕심이 딱히 없다. 그저 지금 이순간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선발 탈락에 대해서는 "진작 후배들이 맡았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불펜에 대해서도 "젊은 후배들이 맡을 것"이라며 자신의 잠시 거쳐가는 역할인 듯 이야기 한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맺은 FA 4년 최대 38억원 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지금 같은 퍼포먼스라면 백정현은 "별 다른 고민하지 않았던" 애정하는 원 클럽 삼성에 더 오래 머물 공산이 크다. 후배들이 쑥쑥 커나가는데 있어서도 백정현 같은 보고 배울 게 많은 베테랑 투수가 필요하다.
이미 이적생 최원태를 필두로 많은 후배들이 백정현을 찾는다. 떠오르는 좌완 루키 배찬승의 우상도 백정현 선배다. 초강력 구위를 갖춘 배찬승으로선 백정현 선배의 반대 장점을 흡수해 약점을 보완하면 리그 최고 좌완 투수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