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위험하다?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노약자들의 일상 속 안전사고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위해정보 분석 결과 노약자들의 일상 속 안전사고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주택) 내 안전사고가 가장 많았는데, 0~5세 '영유아'(75.0%)와 65세 이상인 '고령자'(68.4%)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중 고령자의 가정 내 안전사고는 총 1만 751건으로, '미끄러짐·넘어짐' (7423건, 69.0%)이 가장 많았다. 특히 '욕실'(3338건, 45.0%)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전년(1542건) 대비 116.5% 늘었다.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사고(3174건)와, 문틀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86건)가 가장 많았다.
이같은 고령층의 낙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왜일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노인 낙상은 중증 손상으로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노인에서 외상성 뇌 손상의 가장 많은 원인이 낙상이며, 낙상을 경험한 많은 노인들에서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의 운동범위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연령군에서는 추락으로 인한 중증외상 발생 시 사망률이 7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망률은 교통사고보다 높다.
초고령화 시대, 거동이 불편해지는 고령층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시니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 주목받고 있다.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건설사들은 물론 호텔, 보험회사들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거처를 옮기기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인테리어를 통해 시니어가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에서는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한 실내환경 점검표'를 통해 위험 요인을 체크해보도록 하고 있다. 눈이 침침해지고 근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의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미끄럼 방지'와 '안전한 보행'이다.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를 사용하고, 현관과 복도에도 안전손잡이나 핸드레일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집안의 문턱·단차를 없애고, 보행에 방해가 되는 소가구 배치는 삼간다. 90cm 이상의 넓은 통로를 확보해 휠체어 사용이나 보행 보조기구 사용 시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가장 사고가 많은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타일이나 패드 및 안전 손잡이 설치가 필수이고, 비상벨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찾다가 낙상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배치하고 주방의 상부장은 너무 높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앉았다 일어나면서 손목이나 발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좌식보다는 입식 생활에 맞춘 가구를 마련하는 것이 낫다.
아울러 노안과 백내장 등으로 저하된 시력에 맞춰 밝은 실내조명이 필수이고, 나이가 들수록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므로 침대에서 손을 뻗어 바로 켤 수 있는 조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야간에 간접 조명등을 켜두는 것도 방법이다. 현관과 계단 등에는 자동센서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권장된다.
관련업계에서도 시니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바닥'이다. 딱딱한 소재 대신 '푹신한 장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KCC글라스의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는 최근 시니어 맞춤형 PVC 바닥재(륨) '숲 휴가온'을 선보였다. 4.5㎜ 두께로 내구성을 높이고 고탄력 쿠션층을 적용해 보행 시 무릎, 발목 등 하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완화하며, 지팡이나 보행 보조기구로 인해 발생하는 바닥 손상이나 소음도 줄인다는 설명이다. LX하우시스의 PVC 바닥재인 '엑스컴포트' 역시 푹신한 상부층과 탄력 있는 하부층으로 구성된 2중 쿠션구조로, 편안한 보행감과 함께 '미끄럼 저항성능'을 강화했다.
한샘도 최근 시니어 케어 전문기업 케어링과 시니어 주거 공간에 특화된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한다. 시니어의 휴식과 주거 편의성을 고려한 공간에 대해 연구하고 시니어 주거 전용 가구 및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다.
긴급 통화 장치나 센서를 활용해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는 기술도 적용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시각·청각화기능을 활용한 '노인·장애인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더샵' AI·IoT기반 스마트홈 기술로, 'AiQ스마트케어'는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응급상황 정보를 자동으로 가족 및 지인에게 전달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0% 남짓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오는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경기 침체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기업들의 시니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