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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이 커" 오타니는 욕먹고, "와 저렇게 치는구나" 저지에겐 감탄사 쏟아지고..."그게 야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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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해 양 리그 두 MVP의 시즌 초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극명하다.

AL MVP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타격감은 하늘을 찌르는 듯하나, NL MVP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차갑게 식은 방망이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우선 작년 성적을 보자. 저지는 15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559타수 180안타), 58홈런, 144타점, 122득점, OPS 1.150, bWAR 10.8을 마크했다. 양 리그를 합쳐 홈런, 타점, 장타율, 출루율, OPS 및 WAR 1위를 차지했다.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터뜨린 2022년보다 뛰어난 활약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만장일치 MVP로 이는 입증됐다.

오타니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159경기에 나가 타율 0.310(636타수 197안타),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OPS 1.036의 성적.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의 금자탑을 세웠으니, 투수로는 쉬었지만 생애 세 번째 MVP도 당연히 만장일치였다. 양 리그 MVP가 모두 만장일치로 정해진 것은 그전 시즌인 2023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올 정규시즌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 저지와 오타니의 활약상은 매우 대조적이다.

저지는 24일(이하 한국시각)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또 다시 폭발했다. 시즌 첫 3루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리며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클리블랜드전에서는 4타수 4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저지의 4안타는 지난 3월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이어 올시즌 두 번째였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때린 중월 3루타는 홈런에 가까웠다. 타구속도 110.9마일로 날아간 타구가 가운데 펜스 상단을 때리고 떨어졌다. 비거리가 무려 424피트였다. 생애 6번째 3루타.

이로써 저지는 시즌 타율 0.415(94타수 39안타), 7홈런, 26타점, 23득점, 출루율 0.513, 장타율 0.734, OPS 1.247, bWAR 2.1을 마크했다. 타율, 안타, 출루율, 장타율, OPS, WAR은 양 리그를 합쳐 1위이고, 득점과 타점은 AL 1위다. 지금 AL MVP를 뽑으라면 저지가 또 만장일치가 유력할 정도다.

작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저지는 지난해 시즌 첫 25경기에서 타율 0.191에 그쳤었다. 저지는 이에 대해 "그게 야구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내가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낸다고 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똑같다. 상황을 단순화해서 봐야 한다. 작년보다 좋은 4월을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뭔가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는 소리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경기가 열린 프로그레시브필드 원정팀 라커룸에는 경기를 앞두고 TV에 MLB네트워크 채널이 켜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날 저지의 4안타를 분석하는 화면이 소개됐다. 저지가 TV에 등장하자 웃고 떠들던 오스왈도 페라자, 파블로 레이예스, 요빗 비바스 등 후배들이 대화를 중단하고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저지의 특성에 집중했다. 올시즌에도 최고의 타자는 저지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오타니는 이날 시카고 컵스전에서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오타니는 지난 19일 아내의 출산 때문에 휴가를 내고 첫 아이를 얻은 뒤 21일 복귀했는데, 이후 3경기에서 12타수 1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61(92타수 24안타), 6홈런, 8타점, 23득점, OPS 0.847을 마크 중이다. NL에서 OPS 부문 19위이고, bWAR은 0.7로 저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본격적인 마운드 복귀 준비 때문일 수도 있다.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오타니는 매주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하고 있고, 조만간 라이브 피칭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5월 복귀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신중을 기하고 있으나, 타격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오타니의 타격 부진에 대해 "스윙이 너무 크다. 지금은 안타를 치면 되는데 생소한 모습이다.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최근 볼넷을 몇 개 얻었는데, 그밖의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을 수 있음에도 스스로 아웃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타니의 선구안이 들쭉날쭉하고 스윙이 크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시즌 첫 25경기에서 타율 0.364에 OPS 1.107을 마크했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