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yrXKYBJNBE]
(서울=연합뉴스) 황정현 기자 = 배달의민족(배민)이 이달 1일부터 경기도 화성 등 경기권 일부 지역에서 새로운 라이더(배송기사) 전용 앱인 '배민 커넥트 로드러너'를 시범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존에 활용해왔던 자체 앱인 '배민 커넥트' 대신 독일계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로드러너 앱을 새로 들여온 겁니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수시로 배송 주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사전에 배송 가능 시간대를 예약해야만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데요,
배민 관계자는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로드러너 앱을 시범적으로 테스트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라이더가 부족해지거나 한꺼번에 몰리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들리는데요,
시행 직후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후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일부 라이더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주문량이 많은 점심과 저녁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근무할 수 있는 시간대를 놓치면 아예 배송업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경기 오산 지역의 한 라이더는 "누가 먼저 원하는 시간대의 스케줄을 잡는지가 관건"이라며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앱이 국내 상황을 기반으로 구축된 게 아니다 보니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후기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운행 중 갑자기 화면이 꺼지거나 멈춘다는 겁니다.
배송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측은 특히 배송 거리에 오류가 잦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거리가 실제보다 짧게 측정돼 할증료가 제대로 정산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로드러너가 라이더 간 경쟁을 부추겨 일부 충성 라이더에게만 혜택을 몰아주게 되는 구조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현재 로드러너 앱에서는 기존 배민 커텍트와 달리 라이더 평가등급이 매겨지는데 경쟁에서 밀려난 라이더들은 평가 등급이 하향되면서 낮은 단가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배민의 '통제'가 시작됐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배민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대할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러너 앱이 배민이 아닌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수익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해외 시장에서 로드러너 앱 사용 대가로 배달앱 업체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요,
국내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배민에서 추가로 수수료를 받아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앞서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에서 배당금 등을 통해 2년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가져갔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했던 요기요도 로드러너 앱을 사용했는데 딜리버리히어로에 앱 이용료를 줬습니다.
로드러너 도입이 배민 매각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팔더라도 별도의 이윤 창출 수단을 마련해둔 게 아니냐는 건데요,
물론 전 세계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시장을 딜리버리히어로가 쉽게 놓지 않을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3년 기준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 글로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했습니다.
배민 측은 "시범운영 기간인 만큼 딜리버리히어로가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다"며 "매각에 대한 추측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의 추격 속에 고객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로드러너 앱 도입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배민의 잇단 변화가 단순히 수익 극대화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데요,
앞서 도입한 각종 수수료 확대정책과 최혜 대우 요구 등도 결국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홍보팀장은 "배민이 상생안을 도출해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폭주하듯이 수수료 정책 등을 바꿔가고 있다"며 "한 번쯤 일벌백계하여 독과점 배달 앱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기획·구성: 황정현
편집: 김혜원
영상: 연합뉴스TV·유튜브 Delivery Hero·요기요 TV·아빠 어디가? 투잡하러 가~·talabat·미디어 데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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