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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포크볼 던진다.' 구종 알려주는 투수가 있다니... 그런데 144㎞→153㎞ 구속 상승→1군 투수 됐다[잠실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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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볼 때마다 신기하다. 보는 이 마다 저렇게 던져도 되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LG 트윈스의 13년차 우완투수 배재준.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13년 2라운드 16순위로 입단했던 배재준은 입단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 문제를 해결한 뒤 2018년에야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2019년엔 12차례 선발 등판을 하는 등 19경기에 등판해 62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이 140㎞대 중반에 머물러 더이상 크지 못했다. 2021년 15경기, 2022년 17경기 등판에 그쳤고, 우승을 차지한 2023년엔 단 1경기에만 오르더니, 2024년엔 1군에서 아예 보지 못했다.

그렇게 잊혀지나 했던 배재준이 갑자기 150㎞의 빠른 공과 함께 1군에 돌아왔다. 그런데 투구폼이 특이해졌다. 지난해까지도 보통의 우완 정통파 투수들과 다를바 없었던 배재준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투구폼으로 던졌다,

세트 포지션에서 글러브의 위치가 배쪽이 아닌 얼굴 쪽에서 멈춤 동작을 한 뒤 곧바로 공을 빼서 올려 들었다. 마치 자신이 던질 공을 타자에게 보여주는 듯한 모습. 공을 든 채로 다리를 들어 투구 동작을 해서 공을 뿌리는데 150㎞가 넘게 나온다.

개막 때 1군 엔트리에 들었다가 등판 기회가 없어 2군으로 내려갔던 배재준은 4월 15일 다시 1군에 올라온 이후 4경기에 등판했다. 추격조로 나서고 있는 배재준은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 중. 지난 20일 인천 SSG전에서 2⅓이닝 동안 3안타 1사구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3경기에선 무실점의 안정적인 피칭을 보였다.

공을 미리 빼는데다 그 공을 머리 위로 올리기 때문에 타자가 이를 보고 구종을 다 알 것 같은데 안타를 맞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

LG 염경엽 감독은 "직구, 커브는 표시가 잘 안나지만 포크볼의 경우는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본인이 개발한 거다. 구속이 안나왔는데 그 폼으로 바꿔서 올라왔다. 구속이 144㎞에 그쳤는데 그렇게 바꿔서 150㎞가 넘게 나오지 않나. 그러니 아무도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거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어떤 투수 코치도 얘기한 것이 없고 본인이 바꾼 거다"라며 "본인만의 느낌이 있어서 바꾼 건데 그 느낌이라는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다"라고 그만의 스타일을 인정했다.

배재준은 24일 잠실 NC전에서도 백승현이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7회초 2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8회초에도 등판해 손아섭과 대타 오영수를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서호철을 유격수앞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손아섭에게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은 것을 보면 타자에게 그립이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는 듯.

살아남기 위한 그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 특이한 투구폼이지만 파이어볼러가 된 배재준이 13년만에 1군 투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